임양 첫 공판 소란 속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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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평양축전에 참가했다가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수경 양(21·외대용인캠퍼스 불어4)과 문규현 신부(40) 등 2명에 대한 첫 공판이 13일 오전10시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재판장 황상현 부장판사) 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려 방청객들의 고함·구호가 엇갈리는 속에 한차례 휴정 끝에 인정신문, 모두진술, 검찰의 공소장 낭독, 직접신문이 진행됐다.
임양은 오전의 검찰 직접심문에서 6월초 전대협간부들의 지시에 따라 평양축전참가 전대협대표로 선발된 경위 및 과정과 북한에 가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 체류한 부분까지 입북전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임양은 이에 앞서 모두진술을 통해 『평양축전참가는 분단을 유산으로 남겨준 기성세대와 통일의지가 결여된 현정부에만 조국의 통일을 맡겨둘 수 없어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백만 학도의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진술했다.
임양은 또 『평양축전은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미래구축을 위한 세계 청년들의 대회였으며 우리나라의 통일의지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평양시내에 성조기가 등장하고 중국의 천안문사태유혈진압 반대시위가 벌어진 평양축전은 북한측에 이로운 대회만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임양은 또 『평축에 정부고위관리도 참가했는데 나만 죄수복 입고·처벌받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잘못되고 있는 증거』라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임양은 이에 앞서 인정신문이 끝난 뒤 검찰이 공소장을 낭독하려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울구치소측이 오전7시 이전에 강제로 끌고 나와 정신적 압박감과 공포감으로 차분히 재판에 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문 신부는 『단식 중이기는 하지만 구치소측이 아침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법원으로 호송한 것은 불법』이라며 『이러한 공포분위기 속에서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관계기관에 연락해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검찰의 공소장 낭독을 진행시켰다.
재판부는 오전10시10분 입정직후 방청객들에게 법정질서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후 피고인을 입정시켰으나 방청객들이 장미꽃을 던지며 박수를 치고 『통일의 꽃 임수경을 즉각 석방하라』『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노래를 합창하자 곧바로 휴정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꽃을 던진 20대 대학생차림의 여자 2명에 대해 퇴정명령을 내렸으며 10분간의 휴정동안 방청석에서는 자유총연맹소속회원들과 민가협회원·대학생들간에 야유와 욕설이 맞서 소란이 계속됐다.
이날 임양은 회색 수의한복차림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수척해 보였고 조용히 입정했으며 문 신부는 흰색상의·회색하의수의차림에 얼굴에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주변에는 3천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으며 임양과 문 신부의 가족 및 민가협회원 등 3백여 명이 오전8시쯤부터 정문 앞에 모여 방청을 위한 입장을 요구했으나 법원 측이 이보다 앞서 선착순으로 1백52명에게 방청권을 미리 배포하는 바람에 입장하지 못한 2백여 명은 법원 측의 방청 제한조치에 항의,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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