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유일한 권력은 인사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통령 유일한 권력은 인사권"

"지금 인사문제가 거론되는데 (장관 등의)인사권은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권력이다. 따라서 인사권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권한 중 하나다."

"탈당 않고 임기후도 백의종군"

"대통령으로서 당의 지지율 하락에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탈당은 하지 않겠다. (대통령)임기 후에도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당과 함께할 것이다."

"선장이 당 바깥에서 올 수도"

"열린우리당은 큰 배다. 선장(대선후보)이 눈에 안 띈다고 해서 하선해서야 되겠는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바깥에서 선장이 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배를 지켜야 한다."

노 대통령-여당 지도부 '인사 갈등' 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얼굴)은 6일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과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각각 전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이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임을 확인한다 ▶대통령은 당의 조언과 건의를 경청하고, (당의)조언과 건의는 합당한 방식으로 한다 ▶당.정.청 간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앞으로 총리를 포함한 '당.정.청 고위모임'을 갖는다 등 세 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청와대의 핵심 인사는 "국무총리의 제청 등 청와대 차원의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작업이 7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문재인 전 민정수석도 아직까지는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7일 중으로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박승희 기자

[뉴스 분석] 대선 후보 외부 영입론
여당 중심 정계개편 시사

김병준 교육부총리 파문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거리를 한껏 벌려놨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잇따른 '코드인사'가 민심과 동떨어졌다며 청와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이렇게 이완된 당.청 관계는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구상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6일 당..청 간담회는 이런 위기감 속에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외부 영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당근을 열린우리당 측에 제시했다. "당 내부의 사람과 외부의 사람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도 하고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온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외부선장 영입론은 노 대통령 나름의 위기 타개책이라고 볼 수 있다.

5.31 지방선거와 7.26 재.보선 패배는 열린우리당 내부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한 민주당 또는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 문제와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 사실은 내년 대선을 앞둔 당에 이 같은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외부선장 영입론으로 자신과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당의 동요를 막기 위해 탈당설에 쐐기를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이 배(열린우리당)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 당.청 공동운명체를 강조했다. 이 대목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내년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채택하기로 한 상태다.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잠재적 대선후보인 천정배 상임고문도 찬성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 외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참여가 훨씬 수월해진다. 노 대통령도 2002년 당시 부분적인 오픈 프라이머리인 국민참여경선제를 통해 후보가 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구상대로 이뤄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임기 말로 갈수록 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