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편하고 눈도 즐거운 맨홀 뚜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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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가 걸어다니는 보도의 지하에는 시민의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지원하는 수많은 기반 시설이 있습니다. 매설된 시설들은 다양한 층을 이루며 얽혀 있고, 맨홀은 이러한 시설과 지상을 연결하는 경계면입니다. 기능과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맨홀이 설치되는데, 지하시설과 보행환경의 위상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지면에 드러나는 모습이 무질서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면의 포장재와 이질감이 두드러져 심미적으로 보도의 연속성을 해치기도 하고, 때로는 안전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맨홀과 노면의 재질을 통일시키고 수공예적인 가공을 거쳐 통일된 패턴을 만들어냄으로써 맨홀 뚜껑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편이 가로환경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세계의 도시들은 기능 중심의 맨홀 뚜껑에서부터 지역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①은 서울 테헤란로에서 본 맨홀 뚜껑입니다. 전통적인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②는 홍콩 디즈니랜드에 있는 것인데 주변 보도블록과 선을 일치시켜 이질감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중앙에 보이는 노란 문양은 미키마우스를 상징합니다.

③은 미국 시애틀의 맨홀입니다. 맨홀 뚜껑에 꽃무늬 장식을 해놓아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④는 일본 도쿄의 맨홀 뚜껑. 단풍 조각을 붙였고 맨홀 색깔도 주변 보도블록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맨홀 뚜껑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매체로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맨홀 뚜껑은 그 자체의 장식성보다 주위 환경과의 이미지 조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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