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 이것만은 알자 1. 펀드 작명의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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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이 40조원을 넘어섰다. 신규 펀드만 올해 4000개가 생겼다. 하루에 23개꼴이다. 주식형 펀드가 투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펀드 투자 ABC'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사람을 구분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이름'이다. 펀드도 마찬가지. 펀드 이름만 제대로 뜯어봐도 펀드의 절반은 파악한 셈이다.

◆ 맨 앞엔 운용사, 맨 뒤엔 순번=자산운용협회의 '간접투자상품 및 판매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펀드 이름에는 운용특성.투자대상 등을 순서대로 넣어야 한다. 운용사명은 맨앞에 와야 하는 식이다. 요즘 잘나간다는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 A'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은 한국투신운용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얘기다. '적립식'은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불입한다, '주식'은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1'은 펀드의 순번이다. 덩치가 커지면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새로 만든다. 1은 첫 번째, 2는 두 번째 펀드를 뜻한다. 'Class A'는 멀티클래스 펀드라는 의미다. 'Class'나 A, B… 등 알파벳이 붙으면 그 펀드는 멀티클래스다. 멀티클래스는 투자 금액과 기간에 따라 수수료 체계가 다른 펀드다. 보통 처음 팔 때에만 수수료를 떼는 경우, 즉 선취판매수수료를 떼는 펀드엔 A를 붙인다. 한 번에 목돈을 넣을 것인지, 얼마나 오래 투자할지 등 투자목적에 따라 적합한 수수료 체계를 갖춘 펀드를 골라야 한다. 다만 'K'는 좀 다르다. 국민은행에서만 판매하는 펀드라는 뜻이다. 이 은행은 국내 최대 판매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사에서 판매하는 펀드를 따로 운용해 주기를 바란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국민은행을 잡으면 판매 채널을 수천 개 확보하는 셈이라 별도의 표기를 인정한다.

미래에셋그룹 운용사의 펀드 중 'G'가 붙은 것은 국내 증시뿐 아니라 해외에도 투자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투신운용의 펀드들에 붙은 'W'는 수탁회사를 표시하는 기호로 실제 투자 수익률과는 관련이 없다.

◆ 'X억만들기'는 이제 그만=펀드도 상품이다 보니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 시장 초기 운용사가 앞다퉈 내놓은 펀드 이름은 'X억만들기' 였다. 설정액 상위 3위 펀드가 모두 미래에셋그룹의 '3억만들기' 시리즈다. 랜드마크운용에서 내놓은 설정액 8100억원이 넘는 펀드도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 자산운용협회는 지난해 9월부터 새로 나오는 펀드에 'X억만들기'.'절대수익' 등을 못 쓰도록 했다.

한편 펀드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3억만들기'는 한국인의 평균수명.퇴직연령 등을 감안, 노후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 필요한 돈이 3억원이라는 조사를 토대로 정한 이름이다. 칸서스의 '하베스트' 펀드는 칸서스가 곡물의 신을 뜻하는 말이라 붙여졌다. KB자산운용의 '광개토' 시리즈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펀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중원을 호령했던 데서 따왔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실적에 따라 수익이 차이나는 만큼 가입시엔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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