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경기부양」후속대책에 "쩔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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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계총수와 잇단 회동>
조정부총리는 9일 경기종합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10일 직원회의를 소집, 『과거권위주의정권 아래서 경제기획원의 발상과 스타일을 갖고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며 『국민의 관심대상도 되지 않는 여러 가지 숫자나 증가율 등에 구애되지 말자』며 직원들을 질타해 눈길.
한편 조부총리는 이번에 재계중진들을 접촉, 업계의 현장목소리 채집에 나서서 주목.
조부총리는 8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점심을 함께 한데 이어 10일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저녁을 갖고 재계의 주문을 들었는데 앞으로도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구자경 럭키금성그룹회장, 최종현 선경그룹회장 등은 물론 중소기업대표들도 만나 업계의 실상을 파악해나갈 계획이라고.
5<시간 마라톤 회의>
조정부총리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경기종합대책이 워낙 전격적이어서 후속조치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정부도 각료들부터 실무진까지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
정부는 어제 오늘사이만 해도 10일 경제장관회의를 연데 이어 11일에는 조 부총리·이규성 재무·김건 한은총재와 이승윤 민정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가운데 당정 조찬회의를 가졌으며 문희갑 청와대 경제수석은 10일 오후 경제부처차관 한은부총재 KDI KIET 전경련 무역관계자들과 함께 5시간 가량의 마라톤 회의를 갖고 최근 경제성장과 이번 대책에 대한 후속방안 등을 논의했다.

<석유제품 인하에 협조>
이봉서 동자부장관은 정부의 전기료 및 석유제품 가격인하 검토 발표와 관련해 『기획원 측이 강력히 요청해올 경우 협조하겠다』고 답변.
이 장관은 10일 이 같이 말하고 차제에 워낙 가격차가 적어 문제되고있는 등·경유, 고유황·저유황 벙커C유 등 유종간의 가격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생각.

<재무부가 실무에 나서>
금리인하 방안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김건 한은총재는 10일 오후 재무부장관실을 방문, 이수휴 제1차관보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이규성 장관과 1시간 가까이 요담을 나눠 주목.
요담 내용은 물론 일체 함구에 부쳐졌는데 김총재는 오후6시쯤 회의를 끝내고 재무부장관실을 나오자 한은에 들르거나 무슨 지시도 없이 곧바로 퇴근, 주변에서는 금리인하의 구체적인 방안이 이미 「윗선」에서 정해졌고 그 실무는 전적으로 재무부가 맡아서 하는 게 아니냐고 추측.
한편 재무부는 10일 오전부터 이재국의 몇몇 요원들을 차출, 특별 팀을 구성해 모처에서 실무작업에 착수.

<일부간부 사전에 짐작>
이번 금리인하 방안이 전격적으로 밀어붙여지게 된 데는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로비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는 후문.
재계의 로비는 특히 토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을 통해 주로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전경련은 조정부총리의 금리인하발언이 있기 전에 몇몇 간부들은 이미 정부의 그 같은 방침을 알고 있었고, 또 조부총리의 발언으로 금리인하방침이 공식화되자 드러내놓고 『오랜만에 한건 했다』는 분위기를 표출.

<산업평화 정착이 중요>
상공부는 각종 대책만으로는 현재의 경제난국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전망.
상공부는 지금까지 기획원이 엄살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캐비닛에 넣어둬야 했던 수출·투자촉진 책을 다시 꺼내 기획원·재무부와 협의하면서도 현재의 경제위기가 노사분규 및 근로자들의 직업윤리 결여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산업평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수출·투자촉진 책을 써도 경기회복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며 노사대책 마련에 더 골몰.

<주식처분하고 허탈>
정부의 금리인하검토 등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주가가 이틀 새 55포인트나 폭등하자 바로 직전 주식을 팔아버린 투자자들과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사들였던 증권사 등 기관들 사이에 회비가 교차.
자금난에 빠져있는 증권사 등 기관들은 주가폭락을 막기 위한 외부의 압력으로 할 수 없이 주식매입을 조금씩 늘렸었는데 주가폭등으로 갑자기 횡재를 한 반면 「올해 양은 끝났다」고 판단, 많은 손해를 본 채 소유주식을 처분해버린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망연 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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