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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문 여니 로봇이?…혼자 엘리베이터 타고 음식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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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영등포구 한화 '포레나 영등포'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 배달의민족]  .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영등포구 한화 '포레나 영등포'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 배달의민족] .

서울 영등포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에는 1주일 전부터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으로 주문한 음식을 자율주행 로봇이 집 앞까지 배달하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국내서 처음으로 로봇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편의점 GS25도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와 강남구 GS타워에 한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물품을 로봇이 배달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일부 구역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로봇 서비스가 더욱 확대돼 앞으로 ‘로봇 배달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엘리베이터 혼자 타고 내리며 배달

배민은 12일 “자율배송 로봇이 아파트 등 건물 내부를 누비며 음식 등 물품을 각 세대로 배송하는 ‘딜리타워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첫 서비스 지역은 주상복합건물인 포레나 영등포 아파트 3개 동”이라고 밝혔다. 입주민이 배민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배민 라이더(배달기사)가 아파트 1층에 배치된 배달 로봇에 담고, 주문자의 전화번호(안심번호)를 입력한다. 그러면 배달 로봇이 이를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배송하는 식이다. 배민은 이 배달 로봇을 ‘딜리타워(dilly Tower)’라고 이름 지었다.

배민에 따르면 딜리타워는 자율주행형 실내 배달 로봇으로, 사전에 입력된 이동경로에 따라 움직이며 엘리베이터도 스스로 타고 내릴 수 있다. 즉 무선 통신으로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며 층수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딜리타워가 주문 세대의 현관 앞에 도착하면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고 알림톡을 보낸다. 주문자는 딜리타워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로봇배달로 5분~16분 배달시간 단축 

딜리타워의 물품 적재공간은 상·하 두곳으로 용량은 상부 23ℓ, 하부 15ℓ다. 한 곳당 3~4인분 족발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적재 가능 무게는 최대 20㎏이다. 배민은 “실내 로봇배달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비대면 배달을 제공하고, 라이더의 배달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배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소비자는 비대면으로 물품을 받아서 좋고, 라이더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배송시간을 절약해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배민은 딜리타워 상용화를 위해 2019년 10월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해 배달시간을 기존보다 5분에서 최대 16분 단축하는 것을 확인했다. 우아한형제의 김요섭 로봇딜리버리 실장은 “배달음식 수요가 늘며 배달기사가 항상 부족했다. 배달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로봇 배달을 개발하게 됐다”며 “시범 서비스를 해보니 로봇이 대신 배달하는 동안 다른 배달을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등 배달기사의 피드백이 좋았다”고 말했다.

GS25 로봇배달 시작후 매출 50%↑ 

고객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포레나 영등포 아파트에서 지난 5일 딜리타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일주일 동안 누적 주문수는 총 142건이다. 앞서 지난 5월 GS25가 강남 역삼동 GS타워 내 자사 점포에서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40일만에 로봇배달 누적 건수가 880건(5월4일~6월12일)을 기록했다. GS타워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오전엔 도시락·빵 등을 오후엔 커피·스낵 등을 주로 주문했다. GS타워 내 GS25는 로봇배달 서비스 도입 후 매출은 직전 월 같은 기간 대비 50.1% 신장했다.

GS리테일 직원이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GS25 로봇 배달 서비스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리테일 직원이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GS25 로봇 배달 서비스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25는 연내 고층 오피스빌딩, 병원, 오피스텔 등으로 로봇배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민도 현재 서울 종로구 ‘D타워’에서 딜리타워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다수 건설사와 아파트 단지에서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 로봇 확대까진 넘어야할 장벽도 있다. 배민의 김 실장은“실내 로봇 배달이 가능하려면 무선 통신이 가능한 엘레베이터가 설치돼 있어야 하고, 이동이 편리한 환경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민은 현대엘레베이터, 한화건설 등과 협력해 딜리타워 서비스를 공동개발했다. 김 실장은 “지어진지 오래된 아파트에선 서비스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배달 로봇 시대 앞당겨  

배달 로봇은 해외에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커머스업체인 아마존이 이미 지난해부터 배달로봇 ‘스카우트’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험중이고, 물류업체 페덱스도 배송로봇 ‘세임데이 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또 중국의 징동닷컴도 배송로봇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김 실장은 “배달로봇이라도 국내는 아파트 주거형태가 많다보니 주로 실내 배달이, 미국·유럽은 실외 배달과 호텔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며“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으로 배달이 일상화하며 배달로봇 서비스가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시장이 2024년까지 매년 49.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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