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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임금 상승률 3배 넘겼다…나쁜 인플레이션 오나

중앙일보

입력

올해 밥상물가 오름세가 임금상승률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물가 상승이 지나치면 경기 회복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밥상물가 임금상승률 3배 넘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 판매를 위한 조기가 진열돼 있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지수가 총 임금 상승률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 판매를 위한 조기가 진열돼 있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지수가 총 임금 상승률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6일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 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누계 기준 1인당 월평균 총임금은 372만8734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정부가 공개한 평균 총임금은 올해 4월이 가장 최신으로 1인 이상 전 사업체를 기준으로 했다.

반면 흔히 밥상물가로 부르는 신선식품지수는 4월까지 누계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 3배가 넘는 셈이다. 신선식품지수는 4월 누계 기준으로 2011년(17.8%) 이후 2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상률을 보였다. 2011년은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이 있었던 시기다.

밥상물가가 큰 폭 오른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류 차질, 이상 기후 때문이다. 또 달걀 등 일부 품목은 최근 확산했었던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도 받았다. 실제 전년 대비 올해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2.6% 상승하며 1991년(14.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인플레이션 확산

정부는 밥상물가 오름세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하반기) 주요작물 수확기가 도래하고 산란계 수가 회복함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하반기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해가 닥친다면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 설사 정부 설명대로 식료품 가격이 안정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하고 있어 전반적 물가 인상이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합의가 불발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스1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합의가 불발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스1

실제 5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합의 불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북해 브렌트유는 1% 배럴당 77달러를 넘어서면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약 3년 만에 배럴당 76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구리·목재 등 다른 원자재도 올해 들어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다.

실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서 시작한 물가 오름세는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초만 해도 전년 대비 1.1% 상승을 보이는 데 그쳤지만, 5월과 지난달에는 각각 전년 대비 3.3%와 3.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도 전년보다 1.8% 오르면서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상승을 보였다.

임금 넘는 인플레이션 경기 부담

주요 물가지수가 임금 상승률을 상회하면서 가계 소비와 경제 회복에 부담을 주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임금이 오르며 물가도 같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임금 상승을 넘어서는 물가 인상은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가 부담에 전체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 경영 실적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은행(IBK) 경제연구소가 최근 종사자 수 300인 미만 1000개 중소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8%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28.0%의 기업이 올라간 원자재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부담만 커진다면 결국 기업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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