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들 '누드 주방'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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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 매장.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새 메뉴를 만드는 전용 공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요거트에 초콜릿.쿠키 등 토핑을 얹어 먹는 품목을 최근 선보이면서 함께 설치한 전용 조리대다. 좌석에 앉아서도 조리사의 손동작 하나하나가 잘 보이게 천장에는 대형 거울이 달려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13호점을 낸 햄버거 체인 크라제버거는 매장과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주방이 노출돼 있다. 주방의 위치를 한층 높여 조리 모습을 한편의 공연처럼 즐길 수 있게 했다. 손님들을 바라보며 쇠고기 패티를 굽는 모습은 일본식 철판구이집을 연상케 한다. 크라제코리아의 서범석 과장은 "시.청.후각을 모두 자극하려는 매장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매장 한가운데 주방을 배치해 조리사와 손님이 대화할 수 있는 파격적 실험도 검토 중이다.

외식업체마다 '오픈 키친(Open Kitchen.개방형 주방)'이 대세다. 혹시 손님에게 흠이라도 내보일까 꼭꼭 숨던 주방이 매장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썬앳푸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드포갈릭은 체인 다섯 곳 중 세 곳을 오픈 키친으로 꾸몄다. 손님들과 마주 대하며 50개가 넘는 메뉴를 만든다. CJ푸드빌의 한식 레스토랑 카페소반은 비빔밥에 들어갈 새싹을 매장 안에서 직접 키운다. 입구에 통유리로 된 '새싹 키움실'을 설치, 물을 뿌려 재배하는 모습과 새싹의 성장 과정을 단계별로 볼 수 있게 했다. 미스터피자는 주방을 통유리로 만들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조리사가 작은 밀가루 반죽을 피자도우(빵)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 등지 해외 외식업계에서도 오픈 키친은 중대 이슈다. 지난달 뉴욕 등 미국의 외식업체 현지 조사를 다녀온 CJ푸드빌 박소현 인테리어 과장은 "카페그레이.허드슨카페테리아.치즈케이크팩토리 같은 유명 음식점 다섯 곳 중 한 곳은 오픈 키친 형태였다"고 전했다.

주방이 노출되다 보니 조리사 채용에도 좀 더 신중을 기한다. 매드포갈릭의 박희엽 서울 압구정점장은 "조리장을 뽑을 때 경력이나 기술뿐 아니라 고객 응대 자세와 용모까지 본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 '누드 주방' 바람이 부는 건 크게 두 가지를 노린 때문이다. 손님에게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하고 위생 면에서 안심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오픈 키친은 시각.후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해 테이크아웃(Take-out) 손님까지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환경.위생 중시 풍조로 주방 공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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