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강사, 원내 접촉 없었다" 어학원 집단감염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마포구 주점과 경기 학원발 집단감염의 시작점이 주점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원이 주점에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경기도 내 7곳의 학원 등으로 추가 확산이 이뤄졌을 거라고 추정했는데 이에 선행하는 다른 감염이 존재했고 주점을 거쳐 바이러스가 크게 퍼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일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이번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가 처음 인지된 경기 성남시 A 학원의 공지 사항을 공유하며 최초 확진자에 주점을 다녀온 외국인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 강사가 있었고, 이들이 주점이 아닌 학원 등에서의 감염원에 먼저 노출됐을 수 있다고 추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도권에 대한 '새로운 거리두기' 시행이 1주일간 연기된 가운데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도권에 대한 '새로운 거리두기' 시행이 1주일간 연기된 가운데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성남시에 따르면 A 학원의 외국인뿐 아니라 다른 강사와 원생 등 10명이 같은 날(지난달 22일) 동시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지난달 19일 마포 주점을 방문했고, 이후 특별한 이상증상이 없는 상태로 21일 출근했다가 등원 시 체온 측정에서 발열이 확인돼 검사를 받고 22일 확진됐다고 한다. 학원 측이 알린 발생 경과가 맞다면 주말에 주점을 다녀왔지만, 월요일(21일) 출근 때 학원 입구 발열 체크에서 이상증상이 확인된 뒤 바로 격리했기 때문에 당시 원아 등 학원 내 접촉자가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별도로 한국인 강사는 지난달 20일 감기 증세가 있어 이를 원으로 알린 뒤 21일 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22일 확진됐다. 이런 점을 근거로 “원내 이미 감염원이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방역당국은 이 감염의 시작이 마포 주점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A 학원 외국인 강사 등이 모였던 마포 주점의 다른 방문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나온 점을 근거로 주점에 공통 감염원이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연쇄 전파가 이뤄졌을 거라고 추정했다. 지난달 29일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브리핑에서 “마포구 음식점(주점)에서 경기도 영어학원으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일 해당 음식점에서 어떤 감염원에 공통으로 노출됐고, 이후 본인들이 속한 직장, 특히 영어학원에서 중규모 이상의 집단감염 사례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점 방문 이력이 없고, 주말이 껴 있어 주점을 다녀온 외국인 강사와도 접촉점이 없는 A 학원의 한국인 강사와 원생 등의 감염 경로가 설명이 안 된다. A 학원 등에서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외국인이 마포 주점을 갔고 그 곳에서 타지역 외국인 강사뿐 아니라 해당 시설 방문자 등에 추가 전파했거나, 같은 시기 주점과 A 학원 등에서 별개의 감염원이 존재했고 이를 통해 여러 경로로 동시다발적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방대본도 “해당 감염 관련, 시설 내 전파가 확인된 집단은 총 8개”라며 “일부 집단에서는 (주점이 아닌) 별도의 감염 경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준 팀장은 “8개 시설의 감염이 한 개의 경로로 설명되지는 않는다”며 “누적 확진자가 240명인데, 여기에는 주점이 아닌 다른 감염원에 의해 먼저 전파된 일부 확진자까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각 시설 내 별도 숨은 감염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박 팀장은 “각 집단 간 공통점은 마포구 음식점 이용자들이 확진되고 이후 접촉자 조사를 통해 추가 환자들이 확인된 상황”이라며 “이 집단감염의 주된 전파 경로는 마포구→소속 집단→원생, 동료→가족으로 본다”고 했다.

1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골목길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골목길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집단감염에서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가 확인된 데다, 학원이라는 특성상 어린 원생 등의 감염자가 계속 추가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의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대본에 따르면 1일 0시까지 이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는 모두 242명으로 늘었다. 마포 주점에서 52명 나왔고 나머지 190명은 성남·부천·고양·의정부·인천·남양주 등의 7개 학원에서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