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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대표가 '4년 중임' 총대 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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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대 이집트의 나일강 범람 이래 홍수를 조절하는 근원적 방법은 댐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제왕의 위대성은 물을 다스리고 땅을 보호하는 능력에 있었다. 대통령에게 '영토의 보전'을 책무로 부여한 헌법 제66조 2항은 이런 제왕의 덕목들이 집단 무의식으로 유전된 것이다.

3~4년 주기의 대홍수가 국토를 할퀴고 간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정작 근원적인 댐 건설 논의는 찾아 보기 어렵다. 땜질식 복구 문제만 도드라져 있다.

어디 물을 다스리는 일뿐이랴. 5년 주기의 '대통령의 실패'는 인간의 실패가 아니라 헌법 제70조의 실패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딱 그 한 조항만 손보자는 '원 포인트 개헌론'의 근원적인 논의는 찾아 보기 어렵다. <본지 7월 8일자 27면 '헌법 제70조 원포인트 개헌 합시다' 참조>

대신 노무현 대통령 치하 불안한 1년 반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선동과 한나라당 보수우파가 집권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환상이 선량한 시민들을 홀리고 있다. 선동과 환상으로 대통령의 실패를 치유할 수 없다. ▶집권할 때만 평가받고(제왕성) ▶5년의 행적을 심판받지 않으며(정권평가 불가능성) ▶자기 이후 국가의 계속성에 무관심(불임성)한 '5년 단임 대통령'의 사악성과 무능성을 헌법 제70조에서 제거하는 게 올바른 손질법이다.

이 우둔하고 자기 관념의 위대성에 포로가 된 무능한 대통령을 '4년 중임 대통령'으로 바꾸는 일은 주기적인 물난리를 예방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박근혜.이명박.고건 혹은 그 밖의 어떤 새 사람이 집권하는 것보다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두 대통령이 구속되고 다른 두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됐다. 현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권위를 잃어 그저 '청와대 정치클럽'의 좌장 정도로 전락했다. 이 현실은 누가 새 대통령이 돼도 닥칠 5년 뒤 미래이기도 하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는 이 자명한 사실을 가장 절실하게 자각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정치적 상상력이 빈곤한 이회창 전 총재의 개헌 불가론에 "예, 개헌론은 싹부터 잘라야 합니다"라고 맞장구치지 말았어야 했다. 강 대표는 일개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존재 가치는 '한나라당 집권+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2중 책무에 있다.

왜 그런가.

우선 개헌은 노 대통령의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쪽에서 주도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간 될 일도 안 된다. 파산 상태의 여권은 무능력할뿐더러 '감동의 드라마 한 편으로 재집권할 수 있다'는 마술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그들의 개헌론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불리한 정치판을 흔들어 보려는 음모로 비친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오직 한 조항, 원 포인트 개헌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들이 주도할 수도 없다. 그들이 4년 중임을 주장하면 "혼자서 8년 해먹겠다는 거냐"는 반격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차기 집권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으며 ▶그럴만한 정치적 능력을 확보한 강 대표만이 개헌운동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4년 중임제는 그에게 손해 나는 일이라 찜찜할지 모르겠다. 차기 대통령이 8년을 집권할 경우 차차기를 노리는 강 대표로선 그만큼 집권 시기가 늦어진다.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며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은 자세로 헌법 한 조항만 바꿔주기를-원 포인트 개헌-바란다. 단임제를 철거하고 중임제 국가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5년 주기 대통령의 실패, 한국의 10년 정체를 돌파할 새 대통령의 탄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신=개헌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세력은 현재 정치 구도의 역(力)관계상 헌법 개선을 이뤄 낼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 원 포인트 개헌임을 헤아려 정치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길 부탁한다.

전영기 정치부문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