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주기의 대홍수가 국토를 할퀴고 간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정작 근원적인 댐 건설 논의는 찾아 보기 어렵다. 땜질식 복구 문제만 도드라져 있다.
어디 물을 다스리는 일뿐이랴. 5년 주기의 '대통령의 실패'는 인간의 실패가 아니라 헌법 제70조의 실패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딱 그 한 조항만 손보자는 '원 포인트 개헌론'의 근원적인 논의는 찾아 보기 어렵다. <본지 7월 8일자 27면 '헌법 제70조 원포인트 개헌 합시다' 참조>본지>
대신 노무현 대통령 치하 불안한 1년 반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선동과 한나라당 보수우파가 집권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환상이 선량한 시민들을 홀리고 있다. 선동과 환상으로 대통령의 실패를 치유할 수 없다. ▶집권할 때만 평가받고(제왕성) ▶5년의 행적을 심판받지 않으며(정권평가 불가능성) ▶자기 이후 국가의 계속성에 무관심(불임성)한 '5년 단임 대통령'의 사악성과 무능성을 헌법 제70조에서 제거하는 게 올바른 손질법이다.
이 우둔하고 자기 관념의 위대성에 포로가 된 무능한 대통령을 '4년 중임 대통령'으로 바꾸는 일은 주기적인 물난리를 예방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박근혜.이명박.고건 혹은 그 밖의 어떤 새 사람이 집권하는 것보다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두 대통령이 구속되고 다른 두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됐다. 현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권위를 잃어 그저 '청와대 정치클럽'의 좌장 정도로 전락했다. 이 현실은 누가 새 대통령이 돼도 닥칠 5년 뒤 미래이기도 하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는 이 자명한 사실을 가장 절실하게 자각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정치적 상상력이 빈곤한 이회창 전 총재의 개헌 불가론에 "예, 개헌론은 싹부터 잘라야 합니다"라고 맞장구치지 말았어야 했다. 강 대표는 일개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존재 가치는 '한나라당 집권+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2중 책무에 있다.
왜 그런가.
우선 개헌은 노 대통령의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쪽에서 주도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간 될 일도 안 된다. 파산 상태의 여권은 무능력할뿐더러 '감동의 드라마 한 편으로 재집권할 수 있다'는 마술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그들의 개헌론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불리한 정치판을 흔들어 보려는 음모로 비친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오직 한 조항, 원 포인트 개헌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들이 주도할 수도 없다. 그들이 4년 중임을 주장하면 "혼자서 8년 해먹겠다는 거냐"는 반격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차기 집권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으며 ▶그럴만한 정치적 능력을 확보한 강 대표만이 개헌운동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4년 중임제는 그에게 손해 나는 일이라 찜찜할지 모르겠다. 차기 대통령이 8년을 집권할 경우 차차기를 노리는 강 대표로선 그만큼 집권 시기가 늦어진다.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며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은 자세로 헌법 한 조항만 바꿔주기를-원 포인트 개헌-바란다. 단임제를 철거하고 중임제 국가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5년 주기 대통령의 실패, 한국의 10년 정체를 돌파할 새 대통령의 탄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신=개헌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세력은 현재 정치 구도의 역(力)관계상 헌법 개선을 이뤄 낼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 원 포인트 개헌임을 헤아려 정치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길 부탁한다.
전영기 정치부문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