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 속 가짜 석유 주유소…46억원 불법 석유 유통업자들 적발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12:55

28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28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전세버스 차고지. 전세버스에 기름을 채우는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주유소가 아닌 차고지의 한 창고에서 주유를 한 것이다. 창고 문을 열자 기름통이 가득했다. 전세버스 업자 A씨는 “기사들이 기름이 떨어졌다고 해 인근 주유소에서 산 것”이라며 “모두 경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이 전세버스에 주입된 경유 시료를 채취해 확인하자 등유가 검출됐다. 등유는 경유보다 L당 400~500원 더 싸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등유와 경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든 것이다.

이 차고지 창고에서 발견된 등유와 경유는 총 2만2000L(3100만원 상당). 특사경은 A씨가 537L의 가짜 석유를 만들어 전세버스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사경 관계자는 “가짜 석유는 차량의 주요 부품을 손상해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유해가스 배출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며 “A씨가 가짜 석유를 제조한 것은 물론 석유를 무단으로 저장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경기 특사경, 무허가 석유 판매업자 등 10명 적발 

가짜 석유를 만들거나 석유를 불법으로 유통한 이들이 경기도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 특사경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수사를 해 업자 10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6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4명은 형사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이 유통한 가짜 석유와 불법으로 거래한 불법 석유 유통량만 시가 46억원 상당으로 200L 드럼통 1만7550개 분량인 총 351만L에 달한다. 증빙 자료 없이 불법으로 석유를 거래해 탈세한 세금도 5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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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대행 업자 B씨는 자신의 물류창고와 폐차에 석유를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그가 불법으로 보관하고 있던 석유는 200L 상당의 드럼통 5개와 20L 크기의 말통 180개 분량으로 총 3300L에 이른다.

B씨는 2019년 4월부터 2년 동안 폐차 의뢰받은 차량을 폐차장에 입고하기 전 연료통에 호스를 연결해 기름을 빼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사경은 B씨가 이 기름을 판매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빼낸 기름을 내가 사용하거나 지인들에게 주긴 했지만 판매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유소 폐업 신고하고 석유 팔아 부당이득·탈세 

C씨는 바지사장 2명을 내세워 주유소를 운영했다. 이후 석유를 공급받아 6개월 정도 영업하다 폐업했다. 주유소의 경우 시중 가격보다 10% 정도 싸게 기름을 구입할 수 있다. C씨는 부가세 신고 전 폐업 신고를 하고 남은 기름은 시중 가격에 팔았다. 이런 방식으로 3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 4억7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가짜석유 감정 시연을 하고 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가짜석유 감정 시연을 하고 있다. 경기도

석유판매업자 D씨는 주유소를 폐업한 것처럼 위장한 후 건설 현장 덤프트럭 14대에 경유가 아닌 등유 6만1000L를 차량 연료로 불법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에 따르면 가짜 석유 제조·보관·판매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무자료 거래 및 등유를 연료로 판매하면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위반 사업장은 관할 관청으로부터 사업정지 또는 과징금, 영업장 폐쇄 등의 행정처분도 받는다.

김영수 경기 특사경단장은 "적발된 이들이 모두 판매 장부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들이 불법으로 판매한 석유보다 더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석유관리원과 합동으로 석유유통업계에 대한 현장 단속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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