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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붓고 시리고 저린 다리, ‘정맥 부전’ 탓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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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필자의 병원에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또한 대부분 고령층이라 다양한 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다. 전북 익산에서 병원을 찾은 70대 김경화씨는 허리 통증과 다리가 붓고 시리고 저린 증상을 호소했다. 김씨처럼 다리 통증까지 호소하는 경우에는 척추 질환 외에 다른 질환까지 폭넓게 고려한다. 대표적인 것이 혈관 질환이다. 정형외과 내원 환자 중 다리 통증이 혈관 질환에서 비롯되는 사례도 제법 있다.

기고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김씨의 증상을 듣고 척추 정밀검사와 함께 혈관영상의학센터에서 초음파검사까지 했다. 의심했던 대로 척추와 혈관 질환이 발견됐다. 허리 통증은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이고 다리 통증은 척추관협착증과 혈관 질환인 ‘정맥 부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맥 부전이란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혈관인 정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다리에 정체되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과 정맥 부전은 각기 다른 조직에서 발생하는 상이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일반 요통보다 허리 통증과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세가 심하다. 다리 저림 및 당김은 정맥 부전의 증상이기도 해 두 질환의 구분이 어렵다. 이 때문에 다리 저림 증상의 원인으로 척추 질환만 생각하고 척추 치료에만 집중하곤 한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정맥 부전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다리 저림 증상이 느껴진다. 또 척추관협착증은 걸을수록 증상이 악화하는 반면, 정맥 부전은 걷다 보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지면 정맥 부전처럼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조차 통증이 느껴지는 등 두 질환이 더욱 비슷한 양상을 보여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김씨는 ‘미세현미경 신경 감압술’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했다. 이어서 정맥 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간단한 시술을 진행했다. 정맥 부전 치료는 비교적 간단해졌다. 과거에는 전신마취를 하는 외과적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었으나 최근에는 주로 시술로 치료한다. 작은 정맥이면 경화제로, 굵고 깊은 곳에 있는 정맥이면 고주파나 의료용 접착제로 치료할 수 있다.

김씨처럼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 질환에 정맥 부전이 동반되는 환자가 많다. 이때 단순히 척추 질환만 의심하고 척추 치료에 집중하면 다리 통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통증의 원인을 진단할 때 여러 전문의와 협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환자가 다양한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고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특히 척추 전문의로서 수술 후에도 다리 저림 증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볼 때면 안타깝고 난처했다. 척추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다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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