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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소방관의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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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신이시여/제가 부름을 받을 때/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중략) 당신 뜻에 따라/제 목숨을 잃게 되면/부디 은총의 손길로/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소방관의 기도’라는 글이다. 1950년대 미국의 소방관이 지었다고 알려졌지만 확실치는 않다. 원작자는 몰라도 소방관 중 이 글귀를 모르는 이는 없다. 공감의 힘이다. 세계 곳곳의 소방관 모두가, 비슷한 마음으로 재난 현장에 뛰어든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에도 이 글귀가 놓여 있었다.

소방 공무원 출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느 소방관의 기도』(2015)라는 책을 썼다. 그는 현장 대원으로 2000회 이상 출동한 경험이 있다. 오 의원은 이 책에서 “살려내지 못한 이는 누구였던가. 1분 1초만 더 빨랐더라면.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간절히 기도했고, 너무도 자주 반복되는 좌절과 절망 속에 수없이 무너져내렸다”고 적었다.

소방관들의 용기와 희생에 우리는 큰 빚을 지고 있다. 구조현장에서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20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10년간(2010~2019년) 순직 소방관 수는 매년 평균 5.4명이다. 다친 사람은 454.2명이다. 사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순직 영웅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면서도,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근 우리는 또 한 명의 영웅을 잃었다. 지난 17일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다.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구조대장이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화마에 갇혀 4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그는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그의 이름을 다시 적는다. 경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 고(故) 김동식 소방령. 52세.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소방차를, 우리는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잠시라도 그들의 무사 귀환을 빌면 좋겠다. 소설가 김훈이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2015)에 적은 글이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