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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김병준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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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도덕성'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3일 출근했다. 휴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서다. 김 부총리는 몇몇 간부와 간담회를 하고 점심 식사도 같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교육위 답변 때 고생했던 것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고생시켜 미안하다. (후임 부총리 인사청문회로) 또 고생하게 됐다. 업무 공백이 없어야 할 텐데…." 자리를 함께했던 한 간부가 전한 김 부총리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업무 공백은 없어야 한다. 행정 혼선과 차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상처투성이다. 외국어고 정책 혼선 등으로 김진표 부총리가 물러난 6월 말 이후 직원들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놨다. 7월 3일 김병준씨가 부총리로 지명되자 청문회 준비에 매달렸다. 취임(7월 21일) 이후에는 '김병준 구하기'에 진을 빼야 했다. 학교정책국 직원은 "똑같은 일(청문회 준비 등)을 다시 해야 할 판이니 답답하다"며 "9월부터는 국감 준비까지 해야 하는데, 언제 일을 하겠느냐"고 털어놨다.

'김병준 후유증'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업무보고는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서 교육부는 ▶교원평가제 확대▶교원승진제도 개선▶대학 구조개혁▶영어교육 혁신 방안 등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6월 말까지 마치겠다던 교원성과급 지급은 7월 말→8월 4일→8월 중순으로 계속 밀리고 있다.

이달 말 발표하려던 영어.수학 수준별 수업 강화 방안과 개방형 자율고, 9월 예정이던 2008학년도 대입 대학별 전형 계획 발표도 줄줄이 미뤄질 상황이다. 얽히고 설킨 게 교육 문제인데 수장이 없으니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교육부 직원들은 보기에 딱한 면이 있다. 평균 9개월마다 부총리가 바뀌니 무슨 정신이 있겠는가.

하지만 교육부 관료들도 반성할 점이 있다. 외국어고 입학 제한 정책처럼 교육부총리의 말 한마디로 생겨났다가 후임 부총리의 말 한마디로 오락가락한 정책이 얼마나 많은가. 큰 반발과 파장이 예상되는데도 "재고하시는 게 좋겠다"는 바른 소리 대신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라며 무작정 따라간 건 또 얼마나 되는가. '코드 부총리→코드 부총리의 코드 맞추기 정책→교육부 전문 관료들의 맞장구' 등식은 이젠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코드는 선거 때마다 바뀌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지켜 가야 하지 않는가.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