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에 있는데 ‘목동 ○○’? 아파트값 올리려 개명 바람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0

업데이트 2021.06.19 01:12

지면보기

741호 07면

[SPECIAL REPORT]
‘기승전 아파트’ 공화국 

‘신월동 어느 아파트의 이름 바꾸기 대환장 파티’

입주민들, 단지 가격 올리기 백태
구청서 개명 거부하자 행정소송
매매 호가 담합 등 집단행동 여전
온라인서 ‘아파트 자랑’ 운동도

지난해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제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내부에 붙어있는 ‘아파트 변경명칭 제안서’라는 서명지였다. 이 아파트의 원래 이름인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입주민 중 누군가 ‘목동 롯데캐슬 에비뉴’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 등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을 적어놓았다. 그러자 그 옆에 “목동도 아닌데 웬 목동? 적당히 합시다. 좀”이라는 글이 적혔다. 이런 지적을 비난하는 듯 “전세 사시죠?”라는 글도 함께 등장했다. 서명지 한가운데에는 굵은 글씨체로 “그냥 삽시다”라는 문구도 보였다.

이 아파트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지만 실제 목동과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이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입주자 투표를 거쳤다. 투표 결과 소유주 8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측은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이름 변경을 결정하고 지난해 4월 양천구청에 아파트명 변경을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목동은 법정명이기 때문에 신월동에 있는 아파트 명칭에 행정 주소가 다른 동의 이름을 넣는 것은 어렵다”며 거부했다.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목동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로 착각하고 계약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구청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관련기사

아파트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있은 지 1년여가 다 돼가던 지난 3월. 이 아파트 정문 입구에는 이미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바뀐 이름이 걸렸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명칭 변경을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내 아파트 가치 올리기’를 위한 다양한 시도 중 대표적인 방법이 아파트 ‘네이밍’을 바꾸는 것이다. ‘네이밍’에 따라 과거의 낡고 변두리였다는 이미지를 벗고 좀 더 세련되고 지역의 중심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이는 곧 아파트 시세와도 직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정뉴타운 2-1구역 단지명은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다. 이곳도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아파트지만 ‘목동’을 아파트 단지명에 붙였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있는 수색 00 1~2단지, 수색동 00 아파트는 인근의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가 뜨자 각각 DMC 00, DMC 00 아파트로 개명했다. 수색역 인근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첨단이미지를 가진 DMC와 같은 생활권 아파트라는 인식을 부각해 집값에 영향을 주려는 주민들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원하는 가격대에 매물을 홍보하지 않는 부동산은 이용하지 말자는 조직적 움직임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구를 비롯한 금정·연제·사하·남구 등 일대의 아파트 단지 앞에는 ‘우리 아파트 가치를 저평가하는 부동산과 거래하지 말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저가·허위 매물을 미끼로 거래를 유지하려는 악덕 부동산 업체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가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욕구가 반영된 집단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파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중시되는 만큼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독려하는 일도 잦다. 지난 3월 경기도 인천의 한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아파트 자랑하기’ 온라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급적 부정적인 요소는 감추고, 장점만을 최대한 부각해 아파트 가치를 높이자는 한 입주민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 자랑 글에는 ‘좋아요’를 많이 누르자는 제안과 링크도 올라왔다. 이를 본 타 지역 아파트 입주민이 “사실과는 많이 다른 허위 홍보”라는 댓글을 달자 “왜 남의 아파트 일에 감 놔라대추 놔라 하느냐”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