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밀집지역 인프라,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0

업데이트 2021.06.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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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09면

[SPECIAL REPORT]
‘기승전 아파트’ 공화국

‘기승전-아파트.’ 작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국민 10명 중 5명이 아파트에 사는 만큼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대량공급에 따라 주거난이 해소되고 주변 인프라까지 개선되면서 아파트는 주거 문제의 양과 질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놀이터·주차장 등 환경 개선 땐
단독·연립 주택 수요도 늘어나

정부서 다가구 매입해 공공임대
평형·구성 다양화하면 매력 끌 것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심한 게 현실이다. 엄청난 주거비용과 투기 논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지역주민 간의 갈등, 단지 안과 밖의 단절 등 사회 부조리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박철수 교수

박철수 교수

아파트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대해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주거 정책이 아파트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자생할 수 있도록 정책의 큰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다양성 확보를 통해 아파트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주거문화 연구에 집중해온 그는 “당장의 주거지가 필요한 청년세대에게 다세대 밀집지역의 활용은 물러설 수 없는 선택지”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서구 사회와는 형식과 의미가 전혀 다른데.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 자본을 국민 일상생활 개선에 투입했다. 동네마다 수영장, 놀이터가 있는 이유다. 마을별, 도시별 생활 여건 격차가 없으니 굳이 인프라를 찾아 먼 도시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로나 항만 등 대부분 국가전략 부문에 자본을 쏟았다. 국가가 생활 인프라 구축에 소홀했으니 개개인이 이른바 ‘담장 아파트’를 만들어 주거 단지 내 주차장, 놀이터를 만든 게 한국식 아파트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빌라’에 사는데 상대적으로 정부 관심 영역에서 밀려나 있다.
“그게 문제다. 정부가 양호한 단독, 다세대 주택을 유지해 주거지의 다양성을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세대 밀집지역 내  인프라 개선이 관건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놀이터가 하나 없고 주차할 때마다 곤혹스러우면 누가 다세대 밀집지역에서 살고 싶어하겠나. 정부든 민간이든 모두 아파트에만 관심 있을 뿐 그 외 주거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답답하다.”
그런 측면에서 제대로 된 도시재생이 중요한 것 아닐까.
"맞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너무 앞서간 것과 더불어 방법론적으로도 제대로 설계되고  추진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단순히 벽화 그리고 길 정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인프라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동네의 질을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개선해야만 사람들의 수요가 아파트에서 다른 주택으로 분산될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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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다세대, 다가구 주택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노인정, 유치원 같은 시설은 엄연히 공공시설이다. 당연히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시설을 계속 만들고 노후화되면 바꿔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러한 국민 생활 여건을 수십년 동안 외면해왔다. 동네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다세대 밀집지역을 앞으로도 계속 황폐해지게 둘 것이란 말인가.”
문제는 아파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따른 계층 단절이란 지적도 있는데.
"어느 지역에 사냐, 어느 아파트냐, 몇 평짜리냐 만으로 한 사람의 사회적 계급을 판단한다. 똑같은 브랜드 아파트라고 해도 언제 지어졌는지에 따라 또 다르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청년 주택이 들어선다고 하니 아파트 입주자들이 ‘혐오시설 결사반대’ 현수막을 거는 모습을 보며 정상 사회인가 싶더라. 아파트 중심으로 사회가 바뀌었다는 건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나 배려가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경제적 계층 이동의 상징처럼 돼 왔다. 현재의 청년세대는 이런 통로마저 끊겼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기성세대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온갖 갈등들, 이를테면 공급부터 집값, 세금 문제가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물꼬를 바꾸면 충분히 전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 물꼬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임대주택도 형태는 아파트 아닌가.
"왜 공공임대주택을 꼭 아파트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다가구,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공급할 수도 있다. 오히려 빌딩처럼 중소형 아파트 한 동을 뻘쭘하게 지을 바에는 기존 주택을 활용해 주거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당장 공급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한 공용 공간으로 공급하는 게 훨씬 활용 가치 높다. 무조건 ‘7.5평 아파트’가 아니라 유형을 다양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임대를 둘러싼 부정적 시선이 상당한데.
"자가냐 임대(월세)냐의 문제는 경제적으로 이익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환경을 초월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공공임대를 단독주택부터 아파트까지 유형과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주거지가 될 것이다. 소셜 믹스라는게 별것 아니다. 민간주택 틈틈이 공공주택이 있고, 아파트 틈틈이 빌라가 있으면 굳이 아파트만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나.”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대책도 시급하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아파트 수준만큼 경쟁력 갖춰야 한다. 경제적 요인 때문에 1인 가구의 삶을 택하는 청년들에게 사회가 ‘그럼에도 아파트’라고 답해선 안 된다. 정부가 다양한 형태, 다양한 평수, 다양한 이웃과 살 수 있는 주거지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경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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