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임대 ‘소셜믹스’ 실패, 2030+6070 ‘에이징믹스’ 검토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0

업데이트 2021.06.1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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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06면

[SPECIAL REPORT]
‘기승전 아파트’ 공화국 

8자 모양으로 아파트·사무실·상가를 배치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8하우스(8 Tallet)’. [연합뉴스]

8자 모양으로 아파트·사무실·상가를 배치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8하우스(8 Tallet)’. [연합뉴스]

건축학과 재학생인 김모(28)씨는 “아파트 외에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2030 청년들 사는 곳 대부분이 원룸이나 오피스텔인데, 이 공간과 아파트 사이에 중간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소셜믹스를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분양과 임대를 섞는 우리나라의 소셜믹스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서양에서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잘못 해석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소셜믹스는 다양한 인종·계층이 같은 지역에 함께 산다는 의미다. 1인에서 3~4인까지 다양한 가족 형태도 혼합 대상에 포함된다. 김 교수는 “유럽에도 아파트가 많은데 일부러 30~50세대 규모의 한두동짜리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같은 마당을 쓰는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도서관·수영장 등은 지역별 시설을 이용한다.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배타성 커뮤니티와는 다른 소셜믹스가 이뤄지는 셈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조차 슬럼가였던 할렘과 부촌인 업타운이 나란히 붙어있지만 주민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서울 역시 강남과 강북이라는 두 개의 도시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같은 단지, 같은 건물 안에 모양도, 층고도, 면적도 다른 유럽식 공동주택을 제안했다. 101동은 85㎡, 102동은 120㎡ 식으로 지은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 어느 아파트 몇동에 산다고 하면 경제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가 바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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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개발 시기에는 돈이 덜 들어서 표준화된 평면으로 지었지만, 우리도 이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며 “다양한 사람들의 선호나 주거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파트 단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대혼합(에이징믹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소셜믹스 정책이 실패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필요한 가치”라며 “2030과 6070이 같이 살도록 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억원짜리 85㎡ 단지에 33㎡ 아파트를 10억원에 공급하거나, 노년층에 인센티브를 줘 젊은 세대와 어울려 사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보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창우 기자, 오유진·윤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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