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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으로 산토끼부터 잡는다…서서히 드러나는 尹대선전략

중앙일보

입력

‘공중전으로 산토끼부터.’

6월 말~7월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그의 대선 전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조직을 동원해 바닥을 훑는 지상전 형태의 선거운동 대신 언론과 소셜 미디어(SNS)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공중전이 핵심이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확장을 통해 보수·진보 지지층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론 미디어·SNS를 이용해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전통적인 조직 동원 식 선거방식과 차별화함으로써 정치 신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세 과시의 필요성이 적다. 코로나19 문제로 대면 캠페인이 여의치 않은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런 선택은 윤 전 총장이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와도 무관치가 않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 등록 전까지는 자원 봉사자로만 캠프 조직을 꾸려야 한다. 여기에다 이날 “내 갈 길만 가겠다”며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분간 제1야당 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관련해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시점에 맞춰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기자 출신으로 tvN의 시사 교양 책임 프로듀서로 했던 이상록 캠프 대변인이 이를 총괄한다. SNS의 특성상 개설 초반에 시선을 끌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렵기에 콘텐트를 차별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 관련 유튜브 채널도 시간을 두고 오픈할 예정”이라며 “선거 홍보 외에 네거티브 공세 대응에도 SNS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행보 초반 타깃으로는 지지 정당·후보가 가변적인 ‘무당·중도층’을 잡았다. 흔히 정치권에선 보수든 진보든 정치 성향·지지 정당이 확고한 유권자를 집토끼에, 지지 후보가 유동적인 이들을 산토끼에 비유하는데, 윤 전 총장은 후자를 우선 공략 포인트로 정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정·상식의 복원을 바라는 중도층의 지지를 확실하게 얻는다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윤 전 총장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와 관련해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국민통합을 하겠다.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어 JTBC의 '정치부회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정치참여 선언을 할 준비가 착착 진행 중”이라며 “윤 전 총장은 국민통합을 필수로 보고 압도적 정권교체가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압도적 정권교체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이런 행보·전략을 향후 ‘국민의힘과의 밀당(밀고당기기)’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윤 전 총장과 자주 소통한다는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당 대선 경선 룰이 당심 50%에 민심 50% 비율”이라며 “윤 전 총장이 공중전이나 중도 확장을 통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이후 입당 논의 과정이나 당 경선 룰 협상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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