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네 번이나 죽일 뻔한 전기차…억울함 풀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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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첨부된 블랙박스 영상. 사진 유튜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첨부된 블랙박스 영상. 사진 유튜브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전기차 운행 중 네 차례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일을 겪었다며 딸이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번이나 죽을뻔한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A씨는 “아빠는 40년 무사고에 30년 경찰청장 표창장을 받은 개인 택시기사”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기름값 아끼려 전기차로 바꾼 게 우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20개월 동안 4차례나 급발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019년 10월 10일 첫 급발진 이후 12일 뒤 두 번째 급발진이 일어났고, 지난해 6월 세 번째 급발진을 겪었다.

네 번째 급발진은 지난달 30일 일어났다. A씨는 “마지막 사고 때는 엄마랑 같이 1.5㎞를 급발진으로 달렸다”며 “저와 언니는 그날 부모님을 잃을 뻔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A씨가 함께 올린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의 어머니는 “어머, 왜 이래, 주여, 주여,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고, 아버지는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며 당황해했다. A씨의 아버지는 차를 세우기 위해 인도 경계석을 계속해서 들이받았고, 1.5㎞를 달려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이전에도 급발진 의심 사고를 겪고 서비스센터에서 엔진 부위를 교체한 후였다고 한다.

A씨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차를 바꾸지도 못한다”며 “아빠는 두렵지만 가족을 위해 계속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 그런데도 차량 제조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외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전기차의 결함을 인정한 적 없고, 100% 운전자 과실이라고 한다”며 “저희 아빠와 가족은 힘이 없다. 우리 가족이 잃어버린 소비자의 권리를 함께 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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