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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국가유공자 집안일 돕는 ‘보훈섬김이’ 상대 성폭력…방문 종료되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28일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건물 외벽에 2021년 보훈처의 업무보고 메시지인 '끝까지 든든하게'에 대한 공병각 캘리그래퍼의 재능기부 작품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건물 외벽에 2021년 보훈처의 업무보고 메시지인 '끝까지 든든하게'에 대한 공병각 캘리그래퍼의 재능기부 작품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가유공자 집에 찾아가 집안일 등을 돕는 ‘보훈섬김이’들이 성폭력과 ‘갑질’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국가보훈처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년간 보훈섬김이를 상대로 한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이 70건 접수됐다. 이 중 63건은 보훈섬김이 방문이 종료됐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2인 1조 방문으로 전환됐다.

재가복지대상자인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들의 평균연령이 86세로 고령임에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보훈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섬김이 전원이 여성인 데다 유공자 집에서 서비스가 이뤄져 구조적으로 사고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1인 가구에 대해서는 2인 1조 서비스를 적용하고, 보훈섬김이가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을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 교육도 실시된다. 정기 실태조사와 전문가 자문도 이뤄질 예정이다.

보훈처는 지난 2005년부터 국가유공자 등 보훈대상자 가운데 생활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독거노인 및 노인 부부 세대 가정에 보훈섬김이를 보내 집안일을 돕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현재 1349명의 보훈섬김이가 연간 1만6000여명의 보훈대상자를 돕고 있다. 보훈섬김이 1명당 하루 평균 2시간씩 총 3가구를 직접 방문하고 있다.

보훈처는 “재가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보훈섬김이가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동시에 국가유공자의 자긍심과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업무시스템 마련을 위해 추가 인력과 예산 확보 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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