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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메시, 1672일만의 A매치 프리킥 골

중앙일보

입력

선제골 직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리오넬 메시. [EPA=연합뉴스]

선제골 직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리오넬 메시. [EPA=연합뉴스]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33분. 아르헨티나가 상대팀 칠레의 아크 정면 25m 지점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골대를 슬쩍 바라본 뒤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벽을 살짝 넘은 볼은 골대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레알 베티스)가 온몸을 던져봤지만, 손끝을 살짝 스친 볼의 궤적까지 바꾸진 못했다.

메이저대회 첫 우승 도전에 나선 메시가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터뜨리며 날카로운 골 감각을 뽐냈다. 아르헨티나는 15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주앙 아벨란제 경기장에서 열린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1 A조 1차전에서 칠레와 1-1로 비겼다. 메시가 그림 같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2015년과 2016년 두 대회 연속 결승에서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숙적’ 칠레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칠레는 후반 13분 에두아르도 바르가스(티그레스)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되찾았다.

상대 수비벽 너머로 프리킥을 시도해 선제골을 터뜨리는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상대 수비벽 너머로 프리킥을 시도해 선제골을 터뜨리는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프리킥의 마술사’로 손꼽히는 메시지만, A매치에서는 좀처럼 프리킥 골맛을 보지 못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프리킥 골을 터뜨린 이전 경기는 2016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콜롬비아와 치른 러시아월드컵 남미예선 득점포 이후 5년 만에 다시 프리킥 골을 넣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 옵타는 “메시의 A매치 프리킥 골이 1672일만에 나왔다”고 발표했다.

메시의 득점포에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월드컵에서 네 차례, 코파 아메리카에서 5차례 정상 정복에 나섰지만, 단 한 번도 우승컵에 입을 맞춰보지 못했다.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종류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메시에게 대표팀 이력은 유일한 옥의 티다.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정상에 오르며 무관에서 탈출한 터라 간절함이 더 커졌다.

남미축구연맹은 메시를 아르헨티나-칠레전 경기 MVP로 선정하며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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