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IT와의 경계 허무는 미래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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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의 발전이 국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래차 산업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T) 발달로 분야별 협력과 경쟁이 이어지며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면서다.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의 발전이 국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래차 산업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T) 발달로 분야별 협력과 경쟁이 이어지며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면서다.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의 발전이 국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래차 산업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T) 발달로 분야별 협력과 경쟁이 이어지며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면서다. 이를 위해 산업 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 당국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실린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효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내연기관 기술 저물며 떠오르는 전기차·자율주행 

미래차 글로벌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래차 글로벌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전혀 다른 산업 간의 협력과 경쟁이 일어나는 빅블러 현상이 더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자동차 산업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어서다. 대신 전자 부품의 비중이 커지는 전기차와 IT 기술이 핵심인 자율주행차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IT 산업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며 각 기술 간의 시너지효과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북돋워 주는 식이다. 자율주행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차량이 빠른 속도로 반응해야 하는데, 이는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의 성능의 월등하다. 전기차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율주행 관련 기술도 빨리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과 더불어 공유차 서비스 등이 발전하며 이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구조가 재편되거나, 기반시설(인프라)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대중교통이 발달하며 해당 산업이 변화하고, 차량 무인 소환기술로 고속도로 인프라가 바뀌고 도심 주차난이 해결돼 관련 기반 시설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연관된 철강과 건설, 보험 등 산업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기술 발전 뛰어난데, 정책대응 ‘거북이걸음’

자율주행차 도입준비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율주행차 도입준비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래차 산업의 빅블러 현상은 자동차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내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자동차 산업 부가가치는 53조원으로 전체 제조업의 9.9%를 차지한다. 업계 종사자 수는 34만명으로 제조업 총 고용 규모(293만명)의 11.5%에 달한다.

실제로 국내 미래차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생산량은 지난해 14만대에서 오는 2030년 87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0년간 연평균 20%가량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도 지난해 20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35년까지 26조2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된다.

“지난 10년보다 향후 10년 변화가 훨씬 광범위” 

미래차 산업의 빅블러 현상이 빨라지면서 정책 당국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미래차 산업 발전에 각 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는 생태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 속도에도 당국의 정책 대응은 ‘거북이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 관련 정책·입법요소 준비 정도는 조사 대상인 30개국 중 16위에 불과했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 혁신(7위), 인프라(2위) 등의 지표는 상위권을 차지한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정선영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미래차 시장의)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함에 따라 지난 10년보다 향후 10년의 변화가 훨씬 광범위하고 역동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IT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변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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