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 사람의 포상금 2천만원은 너무 많다"|축구대표팀 6억 지급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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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 본선진출을 이룩한 축구대표팀에 협회가 총액 6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한데 대해 찬반논란이 일고있다. 이미 80년대 들어 국제무대에서 업적을 남긴 대표팀이나 우수선수들에게 금전적 포상을 하는 것은 관례가 되어 있지만 포상의 방법과 액수가 건전한 사회관념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축구협회의 대표선수들에 대한 독특하고도 파격적인 포상은 다른 경기전체에 유례가 드문 것이며 월드컵뿐만 아니라 올림픽 예선과 함께 앞으로 2년마다 한번씩은 치러야 하는 과제여서 신중한 고려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다.
▲김용모(전대한체육회사무총장)=본선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지만 포상금의 엄청난 액수는 지나친 것 같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어야 했다. 현재 사회 전반적 풍조가 위화감을 없애고 균등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더욱 무리한 포상이다. 또 앞으로 축구협회는 재벌총수가 아니면 맡을 수가 없게된 셈이다. 축구인들이 부르짖는 축구인의 축구협회는 당분간 어려워졌다.
▲이용일(한국야구위원회사무총장)=김우중(김우중) 회장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액수의 차이는 있으나 선수들에 대한 포상은 세계적 추세다.
이 같은 포상금은 4년에 한번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액수의 다소를 놓고 논란을 빚는 일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
▲이영자(36·주부·강남구 개포동)=선수들이 선전해 온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2천만원이라는 거액으로 보상된다니 국민적인 순수한 기쁨과 돈이 맞교환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계층의 소득과의 형평도 고려했으면 한다.
▲남기정(27·대학원생·관악구봉천동)=「배금주의 인플레현상」의 팽배에 아연해진다. 하루 5천원을 받는 근로자들이 평생 손에 잡아보기 힘든 거액이 쉽게 오고가는 현실에서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 나아가 분배의 모순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는가.
▲박서보(58·홍익대미대교수)=선전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뜻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액수에서 볼 때 정도가 지나친 듯한 인상이다.
총 6억여원의 포상금이면 뜻깊은 문화예술행사를 여러 차례 열 수 있는 금액이다. 상금의 의도는 좋지만 미술·음악 등 다른 문화영역에 대한 빈곤한 지원과 형평이 맞지 않는 인상을 받는다.
▲안영수=(46·사해물산이사)=포상의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예컨대 대표선수를 공급한 소속팀에 포상금을 주어 구단운영에 보조케 하고 구단 측은 선수의 연봉조정 때 이러한 공적을 반영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국가대표선수를 돈의 노예화하는 상황을 피해야한다.
▲신경숙(25·상미공업노조사무장)=한마디로 일할 기분이 안 난다. 아무리 국위선양도 좋지만 일부 스포츠 스타들에게 그토록 큰 액수를 지급한 것은 사회 형평상 납득이 안 간다.
▲박민국(30·회사원)=월드컵진출이 결정되기 전의 약속이므로 이를 지킨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는 액수인데 그렇잖아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고액의 수당을 지급 받고 있는 소위 스포츠 귀족들에게 연초 1천1백만원에 이어 또 2천만원이라는 액수는 너무 많다.
▲김성동(소설가)=국위선양에도 큰 몫을 한 국가대표팀에 응분의 대가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례금액이 엄청난데 놀랐다. 지금 경기단체를 기업회장들이 후훤하고 있으나 문화·예숙의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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