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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야당 부동산 조사 불가"…국힘, 권익위 의뢰로 선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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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0일 국민의힘이 의뢰한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전날 국민의힘이 조사를 의뢰한지 하루만에 나온 결정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의 전수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로 “국회ㆍ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는 감사원법 제24조를 제시했다. 감사원은 또 “국회의원 본인이 스스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자 동의하는 경우에도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과 직무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9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여권 인사이기 때문에 편향성이 우려된다”며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실태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도 “국회의원은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꼼수 논란’이 제기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필요하다면 원포인트 입법도 할 수 있다”며 감사원 의뢰를 강행했다.

그러나 같은날 국민의힘을 제외한 비교섭단체 야당인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정신, 기본소득당이 일제히 권익위에 부동산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의힘과 통합을 논의했던 국민의당도 권익위에 조사를 맡기면서 중립성을 문제 삼았던 명분을 내세우기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이날 오전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를 향한 공개 비판이 터져나왔다.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권익위의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권익위에 맡기지 못하겠다는 결정까진 타당하다”면서도 “그렇다고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기관인가, 감사원에서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우기고 있는 국민의힘 모습은 왠지 어설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의원은 “우리가 국민께 보여드려야 할 것은 여당보다 더 엄정한 조사를 받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외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날 감사원의 ‘조사 불가’ 결정이 이뤄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결국 권익위 조사 의뢰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 내내 관련 논의를 했고, 감사원에서도 조사를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질질 끌 사안이 아니다. 11일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권익위 부위원장에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던 안성욱 변호사를 내정했다. 안 내정자는 검사 출신으로 2018년 지방선거때는 민주당 소속으로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권익위에서는 반부패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권익위 조사를 의뢰할 경우 안 내정자가 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윤성민ㆍ성지원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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