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도 G7 정상회의 앞두고, 中환구시보 기고한 이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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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뉴실크로드센터에서 열린 전북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뉴실크로드센터에서 열린 전북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8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신흥 국제관계와 미래의 한·중 협력'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이를 통해 "미래의 한·중 관계는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두다)'에서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바꾸다)'의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되 차이 극복은 미루던 관계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관계가 되자"는 취지다.

바이든 주도 G7 정상회의 앞두고 기고 #한ㆍ미동맹 속 한ㆍ중 전략적 안보 협력? #"시진핑 정부의 신형 외교 관계와 유사"

'취동화이'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판공실 주임 시절 만든 말이다. 왕이 부장은 2009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화교 리셉션을 열고 "양안(兩岸) 교포는 '구동존이'뿐만 아니라 '취동화이'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014년 7월 4일 서울대 강연에서 한·중 양국이 견지한 큰 원칙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최근에는 대만과의 관계에서 언급이 잦아졌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 양국 정부의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라면서도 "국민 간의 감정 회복에는 시일이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양국 국민의 소통이 더욱 절박하고 필요하다. 한·중 양국은 반드시 서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문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교류를 위한 장치로 '한중 관계 미래 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또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국'으로 ▶안보·환경 ▶경제 ▶민생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중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해온 노력을 잘 알고 있지만 한·중 양국이 더 큰, 공통된 노력을 하자"고 했다.

이는 양국 협력을 강화해 역내 안정을 촉진하자는 취지이지만 '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국'은 군사동맹인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안보 협력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라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신흥 국제관계…우분투 정신 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전 대표는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현상이 나타났다"며 "신형(新型) 국제 관계는 '신흥'(新興) 국제 관계라는 모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이 매우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분투 정신은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당신도 있다"라는 뜻으로 중국에도 "당신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당신이 있다(我中有你, 你中有我)'"라는 비슷한 말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쓰는 방식은 달라도 뜻은 같다"며 "중국이 제시하는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은 중국 외교 정책의 중요 추진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평등의 심화를 차단하고 중산층의 붕괴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우분투 정신'을 언급한 바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에서 사퇴하기 직전인 올해 2월에도 만 7세까지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선진국 수준인 만 18세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며 우분투 정신을 들었다.

이 전 대표는 미·중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나는 미·중 관계를 '신냉전'이 아닌 '신경쟁'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이데올로기와 군사 분야의 완전 대립이었던 반면, 미·중 관계는 세계화의 배경 아래서 상호의존하는 복잡한 관계"라며 "미·중 사이의 갈등은 역사마다 나타난 대국 사이의 경쟁이자 서로의 입장 차이와 상호 신뢰 부족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가 양측의 관계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신념과 신임을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의 기고 글에 대해 베이징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 시진핑 정부가 주장하는 '신형 외교 관계'를 '신흥'으로 바꿨을 뿐 사실상 맥을 같이하는 주장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중국 외교 방침을 동조하는 글을 국수주의 매체에 기고한 시점이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다자회담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개최 직전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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