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현대사와 함께한 ‘대백’ 52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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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 대구 중구 동성로에 들어선 대구 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1960년대 말 대구 중구 동성로에 들어선 대구 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지난 1일 대구백화점(대백) 본점 앞. 개점 전부터 정문 앞에 인파가 몰려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줄이 늘어서는 일은 평소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대백 앞이 문전성시가 된 건 본점이 6월 한 달간 고별전 행사를 하면서다. 전국 유일 향토 백화점이 개점 52년 만에 무기한 휴점하기로 하면서 고별전이 열렸다.

1969년 문 연 전국 유일 향토 백화점 #6월 한 달간 고별전 후 무기한 휴점

대구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서 대구 안에서만큼은 전국구 대형 백화점들과 나름 경쟁하며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백의 역사는 곧 해방 후 대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백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1월 고(故) 구본흥 창업주가 설립한 ‘대구상회’가 효시다. 50년대 대구상회의 10배 규모인 유복상회를 인수했다. 69년 12월 26일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현재 위치에 개점했다.

대백의 순항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88년 기업공개, 93년 프라자점 개점, 99년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을 이뤘다. 외환위기 이후 각 지역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대백은 살아남았다. 회계연도 2001~2002년에 매출 69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 등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전국구 백화점들이 지역에 등장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2003년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2011년 현대백화점,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지점을 열었다. 대백은 2018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백은 이후 신관 오픈과 대대적 리모델링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에도 역대 두 번째 영업손실(175억5000만원)을 냈다. 대백은 본점 휴점을 계기로 적자 폭을 줄이는 한편 프라자점을 유통 주축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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