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검출률 70%에서 1%대로 줄인 울산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육군 검역지원단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육군 검역지원단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3주 연속 30%대를 기록 중인 가운데 울산 지역의 변이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울산은 한때 변이 검출률이 70%를 넘었다. 그러던 울산이 변이 바이러스 방역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발 빠른 방역 강화로 확산세가 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방의 경우 수도권과 달리 산발적인 지역사회 내 감염이 크지 않았던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울산 변이 검출률 1.9%…2월 집계 이래 최저치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월 30일~6월 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4명 중 단 한 명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변이 검출률은 1.9%로 지난 2월 둘째 주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울산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4월 18일~4월 24일에는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255명 중 183명이 영국발 변이 확진자로 분류됐었다. 검출률이 무려 71.8%를 기록했다. 울산시 통계는 역학적 연관사례까지 포함한 결과다. 역학적 연관사례란 변이 바이러스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역학적으로 다른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력이 확인된 경우로 통상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5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지난달 5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이처럼 울산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방역 조치를 발 빠르게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지난 2월 부산 장례식장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옮겨온 후 3월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이 일어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지난 4월 13일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고 지난달 3일~23일은 ‘강화된 2단계’로 한 단계 더 올렸다. 유흥시설이나 식당·카페, 목욕장업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기존 2단계보다 1시간 더 단축한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다.

또 임시 선별검사소를 기존 3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해 4주간 운영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검사 받게 하기 위해서다. 여태익 울산시 시민건강과장은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10만명 넘게 검사를 진행했다”며 “울산시민이 약 11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민의 10분의 1이 검사를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 과장은 “개인과 기업 등 모두가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면서 방역수칙을 잘 지킨 결과”라며 “한때는 매일 불안에 떨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난 7일부터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완화했다.

전문가 “모범사례지만 지역사회 감염 적어 가능”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울산시를 방역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방역을 얼마나 촘촘하게 하는지에 따라 확산 여부가 달렸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통제가 잘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역을 강화한다고 모든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최 교수는 울산 지역이 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던 건 수도권처럼 지역사회 감염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방은 확산세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감염 경로를 모르는 지역사회 감염보다는 감염 고리가 명확한 소규모 집단감염 형태로 발생한다”며 “이 경우 통제가 잘 되고 막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간 변이 검출률 30%…경기 지역 확산세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면서 현재 경기 지역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병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1주(5월 30일~6월 5일)간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175명으로 누적 1738명을 기록했다. 주간 검출률은 30%로 3주 연속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발생 사례를 시도별로 따져 보면 경기가 361건으로 가장 많고 ▶울산 297건 ▶경남 117건 ▶서울 113건 ▶충북 108건 등으로 집계됐다. 방대본 집계에는 유전자 분석을 완료한 건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역학적 연관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역학적 연관 사례에 해당하는 2458명을 합치면 변이 검출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백신 접종과 방역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을 통해 사회 내에 퍼져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양을 줄여놓으면 변이가 생길 확률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며 “변이와의 싸움은 결국 백신 접종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 종이 될 확률은 아직 낮다”며 “궁극적으로 백신 접종이 보편화 되면 된다. 그때까지는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7월부터 백신 1차 접종자에게 실외 노마스크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인센티브 정책을 예시로 들며 야외 활동이라고 해도 해수욕장 등 밀집도가 높은 곳에선 인원 통제를 하고 음주 등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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