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입당하든 말든”…尹 향한 김종인의 달라진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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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올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언급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에는 “입당을 하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월 “별의 순간 파악하면 현자”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처음으로 언급한 건 지난 1월 12일 CBS 라디오를 통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아직 검찰총장 자리에 있던 윤 전 총장을 두고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국가를 위해서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은) 지금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본인이 그것을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 “별의 순간 잡은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8일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1위에 오르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대권 가능성에 대해 좀 더 확실한 입장을 보였다.

같은 달 26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별의 순간을 놓쳐버렸다”며 “윤 전 총장은 포착했으니 이제 준비를 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렸다.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는데 어떻게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조언했다.

5월 “아마 색다른 선택하게 될 것”

5월이 되자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면 어떻게 잘 전개를 해나갈 것인지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이번에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면 아마 색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안이한 방식을 택한다면 어느 정당을 택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안이한 방식’이 아닌 당 밖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세력화를 도모하는 ‘색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6월 “윤, 대통령감인지 확신 없다”

그러던 김 전 위원장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6월 들어서다. 그는 지난 1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상이 윤 전 총장이냐는 물음에 “맞다”고 답했다.

지난 3일에는 “다시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윤 전 총장이 대권 행보를 시작해도 도울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별 관심 없다” “입당하든 말든”

윤 전 총장을 도울 생각이 없다는 발언은 갈수록 더 명확해졌다. 7일 김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고 말했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애초부터 윤 전 총장에 대해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관해서도 “입당을 하든 말든 별로 관심 없고 본인이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윤 전 총장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어느 사회에서나 적용되는 가치일 뿐이지 시대정신으로 꺼내 들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과 함께하려던 그의 계획에 진척이 없자 이에 실망해 사실상 지지를 철회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4월 보궐선거 직후 윤 전 총장과 통화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이후 제삼자를 통해서 ‘현재 상황에서 만남은 피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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