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MD 뚫는 구축함' 또 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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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첨단 미사일 구축함을 속속 사들이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력 우위가 위협당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중국 신화통신과 미국 라디오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러시아로부터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조만간 추가로 인도받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이 구축함은 미국 MD의 핵심인 이지스함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미사일 탑재 공격함이다. '이지스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SSN-22 선번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999년과 2000년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구입, 개량한 뒤 실전 배치했다. 이들은 각각 DDG136 항저우(杭州)호와 DDG137 푸저우(福州)호로 명명됐다. 이어 2002년에는 성능이 대폭 강화된 개량형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추가로 발주했다. 이 중 타이저우(泰州)호가 지난해 실전 배치된 데 이어 나머지 한 척도 올해 안에 배치될 예정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만간 러시아로부터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추가로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 척에 6억 달러(약 5400억원)가 넘는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계속 도입하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이 합세해 태평양에서 MD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MD 체계가 완성되면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 등 수천 기로 추산되는 전략 무기가 무력화된다. 중국의 창이 미국의 방패를 뚫을 수 없게 됨으로써 힘의 균형이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중국은 MD에 맞설 수 있는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소리는 "러시아의 키로프급 순양함 2척이 중국에 인도된 데 이어 첨단 구축함이 실전 배치되면 대만과 일본뿐 아니라 미 태평양 함대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전략평가센터도 "중국이 새로 도입한 구축함이 기존 무기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미 해군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대만에 이지스함과 키드급 구축함 4척, 재래식 잠수함 8척을 제공하고 서태평양에 항모를 증파하는 한편 일본의 해상 방어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미 정부에 촉구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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