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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짝·모둠 대신 온라인 소모임 안전하면서 재밌는 수업 계속 고민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생들이 하교한 뒤 텅 빈 교실, 선생님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을 구석구석 소독하고,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한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 텅 빈 교실, 선생님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을 구석구석 소독하고,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소년중앙 친구들의 학교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죠.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의 휴업령이 내려졌고 평소보다 한 달 늦은 4월 초가 돼서야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어요. 같은 해 5월부터 순차적 등교 수업이 시작됐지만, 요일제 등교·마스크 착용·책상 칸막이 설치 등 방역 조치로 이전과 같은 학교생활은 할 수 없게 됐죠. 이 모든 상황을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지켜본 선생님의 1년은 어땠을까요.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힘쓰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하는데요. 방과 후에도 교실을 지키며 여러분의 안전한 수업을 위해 구슬땀 흘리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선생님의 일과는 어땠나요.
우리 반 학생들이 등교하면 아침 활동 후 1~6교시(초등 5학년 기준)의 수업을 했습니다. 등교 인원을 분산해 요일제·2부제 등교를 하는 코로나19 이후 상황과 달리 당연히 모든 학생이 매일 학교에 왔죠. 아이들이 하교한 오후에는 다음 수업을 구상하는 등 담당 업무를 했어요.
하루 2~3회가량 발열 체크는 필수다. 수업 중간중간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하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

하루 2~3회가량 발열 체크는 필수다. 수업 중간중간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하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

코로나19 이후 선생님 일과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요.
방역에 쓰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서면 하루에 2~3회가량 발열 체크를 하고, 혹시 수업 중 증상이 발현하지는 않는지 중간중간 확인하죠. 방과 후에는 책상·사물함·손잡이 등 손이 닿는 물건은 모두 소독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해야 한다는 거죠. 202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6%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하는 데 고충을 토로했다고 해요. 특히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끼고 4~5시간 수업하다 보면 호흡곤란·어지럼증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마스크가 침·땀으로 축축해져 불쾌하죠. 위생을 위해 하루에도 일회용 마스크를 2~3개씩 갈아 끼곤 합니다. 수업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요. 온라인 수업 영상을 미리 녹음·제작하는 건 필수고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다음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필요한 때에 적절히 준비했다면, 비대면 수업을 하고부터는 온라인 학습에 필요한 자료·학습지를 인원수만큼 미리 준비해놨다가 등교 수업 때 한 번에 배부합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에는 몰랐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온종일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다 보니 선생님인 저도, 아이들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죠. 수시로 손·물품 소독하기, 실내 환기하기, 발열 체크하기 등 방역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학생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매시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다행히 대부분 학생이 지시에 잘 따라줘 안전한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에 쓰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등교한 학생에게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는 박성윤 선생님의 모습.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에 쓰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등교한 학생에게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는 박성윤 선생님의 모습.

비대면·대면 수업의 장단점을 각각 꼽자면 무엇인가요.
비대면 수업은 각자의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단점은 온라인으로 수업하다 보니 쌍방향 소통이 쉽지 않다는 거예요. 학생 한 명 한 명 학습 과정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반면 대면 수업은 순회 지도를 통해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서 공부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학습 분위기가 잘 형성됩니다. 단점을 꼽자면 한 공간에 많은 학생이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방역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겠죠.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제한되자 원격수업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비대면 수업에 참여한 박 선생님과 역삼초 학생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제한되자 원격수업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비대면 수업에 참여한 박 선생님과 역삼초 학생들.

코로나19로 학교생활에 제한이 생겨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수업 환경에 제한이 생긴 게 가장 안타까워요. 예를 들면 코로나19 이후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해 짝·모둠 활동 같은 건 하지 않거든요. 교과 과정에서 짝·모둠 활동을 하며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많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크죠. 대신 줌(Zoom)과 같은 원격수업 플랫폼을 활용해 모둠별 토론·역할극 등 소모임 활동으로 짝·모둠 활동을 대체하기도 합니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전체 강의식으로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루해하기 때문에 소모임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거죠.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소모임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주니 반응이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자주 나오지 못해 아쉬웠죠? 다행히 올해는 등교 수업이 늘었지만, 이런저런 제한이 생겨 우리 친구들도 나름의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학교에서도, 선생님도 학생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방역수칙 잘 지키며 건강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우리 함께 힘내요!

원활한 비대면 수업 위해 집에서 챙겨야 할 4가지

첫째, 교실에서처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요. 주변이 정돈되지 않고 산만한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긴 힘들겠죠.

둘째,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자료를 꼼꼼히 챙깁니다. 학교에서도 수업 시작 벨이 울리기 전 미리 교과서를 준비하듯 온라인 수업 시작 후 허둥대며 책을 찾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셋째, 수업 시작 시각을 꼭 준수하세요. 선생님이 늦은 학생에게 연락하느라 수업이 지연되고 다른 학생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넷째,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고 있진 않지만, 모니터 너머에 열심히 수업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다는 것 기억하세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박성윤 서울 역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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