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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北불참에 文 '도쿄 평화프로젝트'는 무산···플랜B 가동"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해오던 이른바 ‘도쿄 평화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7월 도쿄 올림픽을 남북, 북ㆍ미 간 대화의 모멘텀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왔다”며 “그러나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진데다 일본의 독도 표기 만행, 북한의 불참 등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일종의 ‘플랜B’가 가동되는 기류”라고 전했다.

여권에선 2019년 2월 북ㆍ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 북ㆍ미 관계와 관련,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쿄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쿄 프로젝트가 논의돼 왔다. 지난해 말부터 문 대통령이 유화적 대일(對日)메시지를 냈던 것도 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구상에 따라 1월 21일 청와대에서 외교ㆍ안보 부처 업무보고를 겸해 주재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을 한ㆍ일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 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프로젝트의 얼개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3ㆍ1절 기념사에서는 “도쿄 올림픽은 한ㆍ일 간, 남북 간, 북ㆍ일 간 그리고 북ㆍ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4월 6일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구상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복원하고 평화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면서도 올림픽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향해 다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도 올림픽은 또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기 때문에 도쿄 프로젝트의 ‘폐기’를 공식화하지 않는 것일뿐 북한의 올림픽 불참이라는 현실 때문에 목표는 이미 바뀌었다”며 “현재로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관계 개선의 의미 정도가 남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다.

남북 문제에 관여해온 여권의 핵심 인사도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굽히지 않으면서 ‘플랜A’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다만 문 대통령이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한반도 문제를 최소한 방해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양국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여권에서 제기되는 ‘올림픽 보이콧’ 주장도 일본에 대한 레버리지 차원의 압박술”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정보원 개혁성과 보고회 참석을 위해 국정원을 방문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정보원 개혁성과 보고회 참석을 위해 국정원을 방문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미국의 백신 지원 등 한ㆍ미 밀착 기류 등을 감안하면 한반도 문제의 로드맵도 한·미 정상간 공감대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하반기에 들어서면 남북관계 진전이 ‘대선용 이벤트’로 격하될 수 있다”며 상반기 중 별도의 카드가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생필품 관련은 먼저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비핵화 진척에 따라 철도나 도로 분야의 협력을 국민 동의나 국제 공감대 속에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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