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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상흔에 세우는 위령비 …71년 만에 펼친 ‘인천 화해 작전’

중앙일보

입력

인천상륙작전 66주년을 맞아 해군이 2016년 인천 월미도 앞 해상에서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를 펼쳤다. 중앙포토

인천상륙작전 66주년을 맞아 해군이 2016년 인천 월미도 앞 해상에서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를 펼쳤다. 중앙포토

1950년 9월 15일 새벽 인천 앞바다는 요란했다. 월미도를 향해 쏟아지는 유엔군의 포격 때문이었다. 바다 위 함선과 하늘 위 전투기가 쉴 새 없이 포탄과 총알을 퍼부었고, 결국 북한군은 물러났다. 한국전쟁의 판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이었다. 밀리던 전세를 역전한 세기의 작전이었지만 누군가에겐 날벼락이었다. 당시 월미도 일대에 살던 주민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들은 고향(현재 인천시 중구 북성동)을 잃고 떠났다. 이들은 1952년부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군 부대 주둔에 이어 각종 개발계획 등의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71년 만에 실향민 한(恨) 달란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 시안. 사진 인천시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 시안. 사진 인천시

인천상륙작전의 포탄 상흔이 서린 장소에 월미도 주민의 한을 달래는 위령비가 세워진다. 인천시는 월미도 위령비 설립을 위한 설계용역을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용역이 끝나면 오는 9월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 위령비가 설 예정이다. 2m 크기의 위령비에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이름과 함께 건립 취지가 새겨진다. 인천시는 매년 열리는 인천상륙작전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 날에 맞춰 위령비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위령비 건립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과거사위)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과거사위는 2008년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 조사 보고서’에서 “전쟁이 끝난 뒤 월미도는 군사기지가 됐고, 유족과 거주민은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 귀향, 위령 사업 지원을 비롯한 명예회복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월미도 실향민 중 인천에 주소를 둔 23명에게 매달 25만원씩 생활안정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과거사 피해주민 귀향 지원을 위한 생활 안전 지원 조례안’이 통과하면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주민들과 협의해 위령비에 쓸 내용을 정했다”고 말했다.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는 인천시의회가 추진하는 조례는 인천상륙작전 폭격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는 인천시의회가 추진하는 조례는 인천상륙작전 폭격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미도 실향민들은 인천시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앞으로 귀향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거주하던 곳에 월미공원이 생긴 만큼 대체부지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장은 “실향민의 피해는 공식적으로 인정됐으니 정부와 인천시가 귀향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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