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능 있는 조국 음악가 돕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 5월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결정돼 또 한번 한국인의 높은 음악적 재능을 세계에 떨쳤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정명훈 씨(36)가 역시 세계정상급 첼리스트인 누나 정명화씨(45)와 함께 고국 무대를 찾았다.
『이번에는 출국하기 전에 재능 있는 조국의 음악가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꼭 마련하고 싶습니다.』
3년만에 부인과 세 아들을 데리고 조국을 찾은 정씨는 평소 가슴속에 품어왔던 젊은 음악가 지원의 꿈을 이번에는 꼭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학금지급·연주지원·상 제정 등 여러 방안을 생각중입니다. 나 자신은 시간과 돈까지 투자할 용의가 있으나 국내에서 이일을 맡아줄 단체나 음악애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정씨는 바스티유 오페라 상임지휘자가 된 이후 한층 바빠졌지만 『조국의 음악발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서겠다』며 뿌리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사실 이번에 귀국하게된 것도 조국의 팬들에게 인사드린다는 의미 외에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세 아들에게 조국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입니다.』
8세 때 조국을 떠나 28년간 외국에서 살아온 정씨는 자신뿐 아니라 2세들을 위해 유럽이외 지역의 연주활동을 줄이고 대신 조국을 자주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음악수준에 대해서는 전문가로서 냉정하게 평가했다.
『음악가 개개인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한국음악은 10년 후쯤 일본수준을, 20년 후쯤 세계 정상급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음악밖에 모른다』고 밝힌 정씨는 한국사회를 음악과 연관해 진단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제는 먹고살기에 급급한 단계는 벗어났으니까 여유를 갖고 문화·예술진흥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개인음악가보다 전체 국민의 음악수준 향상에 투자를 해야합니다. 유명 음악연주자가 있어도 들어줄 청중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프랑스가 혁명 2백주년을 맞아 바스티유감옥 자리에 세운 바스티유 오페라의 초대 상임지휘자로서 정씨는 『프랑스 인들의 기대에 따라 프랑스 고전음악과 현대적인 취향의 음악을 주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4일 예술의 전당에서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 지휘를 맡고, 7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명화씨와 협연한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