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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들여와 진짜 권총 만들었다, 300만원에 판 '고스트 건'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 일당 7명 검거해 1명 구속송치 

자동차·장난감 부품으로 속여 수입한 총기부품을 조립해 총기 번호가 없는 실제 권총과 소총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구매한 일당 7명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해외에서 실제 총기부품을 위장 수입해 모의 총기부품과 결합해 실제 총기와 같은 기능을 갖춘 소총과 권총을 제조·판매·구매한 혐의(총포화약법 위반, 무허가제조 등)로 일당 7명을 검거, 이 가운데 A(40대)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나머지 6명 가운데 5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1명은 수배했다.

실제 총기와 같은 성능 가져 

제작된 사제권총 글록.[사진 부산경찰청]

제작된 사제권총 글록.[사진 부산경찰청]

 이들은 서바이벌 게임 등 총기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으로 현역 군인(부사관)과 만화작가·작곡가·회사원 등이었다. 군인 1명을 포함한 5명은 총기 제조에 가담하고, 2명은 권총 3정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제 총기를 제작·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유관기관인 군사경찰, 관세청(세관)과 공조 수사를 진행해 이들을 검거했다. 또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해 실제 권총 5정과 카빈소총 1정, 실탄과 총기부품 138점을 압수했다. 압수한 권총 5정은 글록 4정, 콜트 1정이었다. 글록 4정 가운데 2정은 완제품, 2정은 총열이 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이 확보한 압수물.[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이 확보한 압수물.[사진 부산경찰청]

 A씨 등 5명은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산 총기부품을 위장 수입했으며, 인터넷 매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총기 부품을 조립해 소총과 권총을 만들었다. 총기 부품은 자동차 또는 장난감 부품으로 위장해 수입했다. 이들이 실제 제작한 권총과 소총 등 6정 가운데 권총 완제품 3정은 각각 300만원 정도에 판매됐다.

 A씨 등 총기 제작 일당은 경찰에서 “‘밀리터리 덕후’로 총기에 관심이 많고, 인터넷에 제작 방법이 많아 호기심에서 총기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구매자는 “호신용 또는 전쟁 시 가족 보호용으로 구매했다”고 했다.

“총기에 관심 커 불법 제작”

 A씨 등은 현재 철수하고 없는 미군 부대 인근에서 금속 탐지기로 버려진 여러 종류의 실탄 7개를 수집하고, 불법 수입한 화약과 모형탄으로 공포탄을 만들어 사격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뇌관장치를 만들지 못해 실제 탄환(실탄)을 제조하는 데는 실패했으며, 판매 때는 동호회 카페 등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일당이 제작한 총기를 실제 범죄 등에 사용하기 전 모두 압수했다고 밝혔다.

총기를 제작한 작업실. [사진 부산경찰청]

총기를 제작한 작업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들이 제조한 총기는 총기 번호가 없는 ‘고스트 건’으로 불린다. 하지만 경찰이 격발 실험을 해본 결과 실제 총기와 동일한 기능과 성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고스트 건은 P80조립 세트로 제작한 총으로 총기 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렵고, 폴리머 재질로 금속탐지가 불가능한 총기를 말한다. 이 총은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피의자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등에서 사용돼 바이든 행정부에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통관 절차에서 걸러지지 않는 총기부품 목록과 범행수법 등을 관세청에 통보해 수입통관절차 개선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제작·유통범죄는 언제든 대형 인명피해나 테러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고, 호기심을 이유로 총기류와 관련된 부품을 불법 수입하거나 이를 이용해 제작·유통하는 행위는 중대 범죄에 해당하므로 발견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불법 제작된 권총으로 격발시험한 합판에 구멍이 뚫려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불법 제작된 권총으로 격발시험한 합판에 구멍이 뚫려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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