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정국] 국민투표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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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싸고서다. 재신임→국민투표→정책연계 국민투표→중대선거구제 등 정치개혁 정책으로 이어지는 그림인 듯하다.

이와 관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국민투표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곧바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부인했지만 치고 빠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이미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盧대통령 주변에서 제기됐었다.

당시 이 논의에 참여했던 핵심 측근은 "盧대통령이 구상하는 정치개혁은 지역구도 타파와 돈 안드는 선거 두 가지"라며 "오랫동안 정치판을 찌들게 했던 부패와 비리의 고리 역시 이 두 가지가 정착되면 자연히 해소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한 선거구에서 적어도 3~5명 이상 뽑는 선거를 치를 경우 돈도 지역구도도 더 이상 당락의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슈와 인물 선거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정치개혁과 연계한 재신임 투표는 절대 수용불가로 입장을 정했다. 분당된 민주당 역시 찬성할 수 없는 의제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두 야당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겠느냐"며 "결국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로 돌파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盧대통령이 재신임이란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키겠다는 거대한 밑그림이란 설명이다. 통합신당과 부산정개추 등 盧대통령 외곽세력도 가세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이르면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부분을 당론으로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남 정치개혁위원장은 "신당은 중대선거구제를 원칙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감정 해소란 염원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는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망국적 지역구도를 깨고 인물 중심의 국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강래 의원 역시 "당리당략을 떠나 거시적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볼 때가 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중대선거구제 중에서도 대선거구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관계자는 "중선거구제의 경우 3당이 나눠먹고 오히려 금권정치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거구제를 통한 정치개혁이 더 효과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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