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 원안 사수" 결국 청와대 찾은 김포·검단 시민들

중앙일보

입력

김포검단시민연대(김검시대)는 28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혜림 기자

김포검단시민연대(김검시대)는 28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혜림 기자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버려졌다.”

경기 김포시 구례동에 거주하는 이모(39)씨의 얘기다. 이씨는 이날 5살 딸과 함께 청와대를 찾았다. GTX-D 김포 하남 직결과 김포한강선 연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김포검단시민연대(김검시대)는 28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는 김포시민 목소리를 반영하라” “소외당하는 김포검단 시민, 교통지옥 개선하라”고 외쳤다.

서형배 김검시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김포 검단지역은 지난 수십년간 군사시설보호 구역, 고도제한구역, 철새 보호구역 등 규제로 정부의 각종 공공사업에서 철저히 외면당해왔다”면서 “지난 광역교통비전2030선포식에서 수도권 서부권역 발전에 원동력이 될 철도망을 구축한다는 발표를 믿고 인내로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어 “그러나 대도시교통광역위원회의(대광위) 발표는 타 지역보다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불균형 발표였으며, 전국 인구유입량 1~2위를 다투는 김포 검단 시민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적인 계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토부는 GTX-D노선을 김포-하남으로 확정하고, 김포한강선(5호선) 연장 사업을 반드시 4차 국가광역 철도계획에 확정할 것과 ▶국토부와 대광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에서 발표된 연구자료의 투명하게 공개할 것 ▶서울시와 김포시는 김포한강선(5호선) 연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체 구성 등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 전날 불참 통보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검시대 측은 전날 김주영 민주당 의원, 박상혁 민주당 의원, 정하영 김포시장, 신명순 김포시의장이 공동입장문을 통해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하영 시장은 앞서 “삭발, 단식투쟁도 각오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무산됐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김포시민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은 특정 야당 국회의원의 기자회견 참석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서 위원장은 "‘김부선(김포~부천)’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해달라"며 "김검시민을 위해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뛰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회원과 지역 주민 등 2천명가량(주최 측 추산)은 김포시 장기동 한강중앙공원에서 촛불을 들고 산책했다. 사진 김포교통시민연대제공

지난 8일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회원과 지역 주민 등 2천명가량(주최 측 추산)은 김포시 장기동 한강중앙공원에서 촛불을 들고 산책했다. 사진 김포교통시민연대제공

“‘집값 프레임 속상, 생존권 위한 것”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상 9명까지만 참석이 가능해, 일부 시민들은 멀찍이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김포시민 고정아(53)씨는 “경기도 성남에 거주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김포의 불편함이 피부로 와 닿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얼마 전엔 집 근처로 산책하러 나갔다가 복통이 왔는데, 택시도 지나다니지 않고 대중교통도 보이지 않아, 30분 동안 벤치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포 주민은 “타지역 사람에겐 우리의 행동이 집값을 올리기 위한 이기적인 움직임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속상하다”며 “주민들은 생존권 위해 싸우는 거다. 김포시민은 생활의 제약이 너무 크다. 타지역 사람들도 와서 대중교통을 타 보고 살아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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