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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어디다 대고" 신한울1기 원안위 파행 뒤엔 폭언·갑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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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2호기는 공정률 99%로 사실상 완공 상태지만 운영 허가가 3년 가까이 지연하고 있다. [사진 경상북도]

신한울 1·2호기는 공정률 99%로 사실상 완공 상태지만 운영 허가가 3년 가까이 지연하고 있다. [사진 경상북도]

“당신이 뭔데 내가 질문하는데 남의 질문을 평가해요?” (4월 9일)

[단독] 원안위 회의록 1900여 쪽 살펴보니 #이병령 위원 “어디다 대고” “미치겠다” 폭언 #vs “갑질 아니라 안전은 그만큼 중요” 반박

“참 한심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디다 대고 진짜!” (2월 9일)

신한울 1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운영허가 문제로 3년 이상 공사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운전의 운영허가권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나친 폭언과 상대방 비하 발언 등으로 파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신이 뭔데” “참 미치겠다” 폭언

논란이 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의 발언. [사진 원안위 회의록 캡쳐]

논란이 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의 발언. [사진 원안위 회의록 캡쳐]

28일 중앙일보는 원안위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11차례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관련해 열렸던 회의록 전문을 입수했다. 총 1955페이지 분량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가 지연하는 이유는 크게 봐서 두 가지다.

먼저 피동촉매형 수소 재결합기(PAR) 문제다. 원전의 냉각장치가 멈추면 원자로 내부 온도가 올라 우라늄을 용해하면서 원자로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원전 내부 금속이 전부 녹아내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수소가 산소를 만나 폭발할 때 발생하는 폭발력의 최대치를 원전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버틸 수 있게 설계한다.

이때 필요한 장치가 PAR다. PAR는 특정 온도가 되면 백금 계열의 촉매판이 수소와 반응해 물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수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는 것을 막아준다.

논란이 된 원안위원의 주요발언. 그래픽 김영희 기자

논란이 된 원안위원의 주요발언. 그래픽 김영희 기자

일부 원안위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구매한 PAR의 성능이 떨어지고 실험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원자력기술원(KINS)은 공신력 확보를 위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한국원자력연구소(KAERI)에 PAR 실험을 의뢰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논란은 이 과정에서 벌어졌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137회 회의에서 원안위는 이병령 위원은 다른 위원들에게 “내가 지금 서너 번 계속 질문을 하는데… 답변을 그렇게 안 하세요, 진짜!”라며 윽박지르거나 “정말 미치겠다, 진짜. 참 미치겠다, 진짜. 야~ 진짜”라고 면박을 줬다.

2월 19일 열린 제133회 원안위 회의에서도 이 위원은 김모 한수원 부설 기관장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 바꾸기와 거짓말로 가득 차고, 원안위에 와서도 그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며 “한심하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모 한수원 실장에게는 “빠져나가는데 천재들이어서 말이야!”라고 호통쳤다.

이 같은 폭언을 한 이병령 원안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PAR 문제는 한수원이 2년 동안 원안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제보자 신고로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며 “보고 기관이 주관적으로 기분 나빴을 수 있겠지만, 잘못한 걸 지적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 치고받고 싸울 수도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당사자 “한수원 미보고 때문…잘못 지적”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운영허가 심의가 진행중인 신한울 1호기 현장을 방문, 설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운영허가 심의가 진행중인 신한울 1호기 현장을 방문, 설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에 막힌 신한울 1호기 원전 가동. 그래픽 김영희 기자

원안위에 막힌 신한울 1호기 원전 가동. 그래픽 김영희 기자

또 다른 문제는 돌발 변수에 대한 대비다. 원안위는 ‘원전 설계 시 비행기·미사일·홍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8일 열린 제131회 원안위 회의에서도 이 위원은 “적국이 원전을 겨냥해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며 “내가 설계를 할 때는 미사일 프로텍션(보호) 설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공격 같은 문제는 물리적 방호 규정에 따라 별도 승인 과정이 있다. 이날 회의는 운영허가의 기술기준을 심사하는 자리였다. 손재영 KINS 원장이 “국가 간 공격은 원전 설계 인허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이 위원은 “누구 마음대로 그게 설계 대상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병령 위원은 “분단국가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이 원전부터 공격할 게 뻔해 북한의 장사정포 등에 어떻게 대비할지를 물은 것”이라며 “미사일 문제를 원전 허가 여부와 결부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안위 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처장 등 2명의 상임위원과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위원은 정부가 3명, 국회가 4명 추천한다. 현재 국회 추천 비상임위원 중 1명은 공석이고, 8명의 원안위원이 12번째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심의 관련 보고를 받는다. 원안위 심의에서 승인을 받으면 신한울 1호기는 연료 장전과 테스트를 거쳐 상업 운전에 돌입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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