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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닷새 만에 뉴욕 가는 국정원장, 왜?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중앙포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중앙포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6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25일 “박지원 원장이 26일 서울을 떠나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정보기관장의 특성상 구체적인 미국 방문 일정과 목적에 대해선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취임 이후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등 보폭을 넓히며 북한 문제와 외교 현안을 물밑에서 조율해 왔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번 미국 방문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밀도 있는 논의를 한 직후 그가 움직이는 점이 눈에 띈다.

한ㆍ미 정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ㆍ미 공동성명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북한과 관련해 9가지를 합의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귀국(23일 밤) 이후 정상회담을 이행할, 즉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 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후속조치에 나서는 차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기 마지막까지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그와 관련한 합의가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한ㆍ미 공조체제를 가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과 관련해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왔기에 외교채널보다 정보 라인을 통해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남북이 비공개 채널을 통해 한ㆍ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협의하고, 그 결과를 미국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반발했던 북한이 나흘이 넘도록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 한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철저히 한국 정부를 불신하며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정반대로 남북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자 뉴욕 채널을 가동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 북한을 직접 설득하고, 현장에서 미국과 협의하는 3각 대화 시스템을 가동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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