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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최대 30일인데, 공수처 수사땐 40일? 영장청구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법조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가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게 발단이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교육감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에 대해선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수처가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영장청구를 할 수 없는 공수처 검사가 위법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수집한 것이라 향후 재판에서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공수처 측은 헌법재판소도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한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헌재는 지난 1월 28일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공수처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 건 헌법상 영장주의원칙에 반(反)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법 12조 3항, 16조가 영장청구권자로 정한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다.

헌재, ‘기소권 없는 검사도 영장청구권’ 인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가 지난 1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한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가 지난 1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한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스1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명료하다. 헌법상 영장청구권은 검사, 곧 기소권자의 권한이므로 공수처 검사와 같이 기소권이 제한되는 검사의 경우 자신이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영장을 스스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진 공수처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1월 공수처법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헌법에서 검사를 영장청구권자로 한정한 취지는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을 옹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있고, 검사가 공소제기 및 유지 행위를 수행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헌법상 공소권이 있는 검사에게만 반드시 영장청구권이 인정돼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에서 검사의 청구로 영장을 발부하도록 명시한 건 ‘검사’를 얘기한 것이지 ‘공소기관’을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공소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라 하더라도 영장청구권을 부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다는 건 결국 발부해도 괜찮은 것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공수처 구속영장 청구 땐 법정 구속기간 고무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고위급 검사 사건의 자료를 넘겨받아 처리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한 수사관이 수원지검에서 보내온 사건기록을 사무실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고위급 검사 사건의 자료를 넘겨받아 처리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한 수사관이 수원지검에서 보내온 사건기록을 사무실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영장의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와 다른 범죄 사이의 형평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정한 수사중 최대 구속기간은 사법경찰관이 수사 단계에서 10일(202조), 검찰로 피의자를 송치한 뒤 검사가 10일(203조), 이후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 검사의 신청에 따라 추가 10일(205조) 등 총 30일이다.

그런데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는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공수처 검사가 최대 20일, 검찰로 피의자를 송치한 뒤 검찰청 검사가 최대 20일 등 40일까지 구속할 수 있단 해석이 가능하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땐 공수처 검사가 최대 20일까지만 구속할 수 있다. 일반 범죄 피의자와 고위공직자범죄 피의자는 물론, 같은 고위공직자범죄 피의자 사이에서도 공수처의 기소권 유무에 따라 최대 구속기간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단 얘기다.

검사의 구속기간을 규정한 203, 205조를 공수처와 검찰이 중복 적용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현행 형소법은 ‘검사’에 대해 검찰청 검사와 공수처 검사의 구분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공수처 검사가 검사의 구속기간을 이미 사용한 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청 검사가 또 이 구속기간을 사용할 수 있는 건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단 뜻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죄목에 따라 20일, 40일로 달라지면 엄연히 30일까지만 구속기간으로 정한 형소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일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이날 공수처 설립 및 운영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일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이날 공수처 설립 및 운영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뉴스1

이와 관련, 헌재는 지난 1월 같은 결정문에 “공수처에 공소권이 없는 사건인 경우 공수처가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사법경찰관과 같이) 10일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1회 연장해 최대 20일까지 가능한 것인지 등에 관하여 공수처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적법절차원칙에 위반돼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소수의견(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을 남겼다. 장영수 교수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맞춰 법 제도를 빠르게 손질하지 못한 경우”라며 “구속기간에 대해선 입법 정책적으로 별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장청구권을 여러 곳에 분산하면 유기적 수사협력에 방해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공수처가 알아서 구속해 놓고 검찰에 송치하면 검사가 제한된 구속기간 내 방대한 기록을 언제 다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느냐. 구속기간에 부담을 느껴 사건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은 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검찰 직제 개편이 예고된 수사협력단은 영장 신청 때부터 검·경이 긴밀히 협력하란 취지인데, 공수처도 예외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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