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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심화가‘섹스 부족’탓?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초고령 사회 탈피를 위해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육아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늦게 결혼하고 늦게 출산하는 추세가 자리 잡고 있어 이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이 이달 초 발표한 2005년도‘국세(國勢)조사’에 따르면 총인구는 1억2776만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83만 명이 증가했다. 그런데 65세 이상이 481만 명 늘어 2682만 명(21.0%)에 달했지만 15세 미만은 오히려 줄어 1740만 명(13.6%)에 그쳤다.

5년 조사 기준으로 일본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이 20%를 넘은 것은 2005년이 처음이다. 1985년 조사에서 노년층의 비율이 처음 10%를 넘은 이후 20년 만에 갑절이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을 감안한다면 2005년 이탈리아를 제치고 고령화·저출산 1위국에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는 2000년 당시 조사된 세계 192개국 가운데 65세 이상이 18.2%로 1위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이보다 약간 늘어난 20.0%(추정치)로 일본의 21.0%보다 낮은 상태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15세 미만 인구는 14.0%로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본 저출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결혼하는 사람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0~34세의 미혼율은 남성 47.7%, 여성 32.6%다. 2000년에 비해 각각 4.8%포인트, 6%포인트 늘어났다.
30대 초·중반까지 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늘어나는 만큼 만혼(晩婚)·만산(晩産)의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올 초 내놓은 2005년도 출산 통계에 따르면 전후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1971~74년생 일본 여성의 절반이 30세가 되도록 출산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1946~49년생)의 자녀다.

일본 정부는 400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여성이 출산 연령기에 해당하는 2010년을 경계로 저출산 문제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예상과 크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30세까지 아이를 낳지 않은 비율은 71년생 49%, 73년생 51%, 74년생 52%로 출산율이 개선될 조짐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는 지난해 1.29명이었으나, 71년생은 그보다 낮은 1.12명에 그쳤다.

저출산과 함께 눈에 띄는 현상은 바로‘속도 위반’ 출산이다. 결혼도 늦고,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보편화돼 첫아이를 낳은 네 커플 중 하나는 임신 후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속도 위반’이 미덕(美德)으로 인정받는 기이한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성 풍속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인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가‘섹스 부족’ 때문이란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가족계획협회가 지난달 16~49세 남녀 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가 ‘별 이유 없이’한 달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계획협회의 기타무라 구니오 박사는 “일본 정부가 출산 보조금이나 복지 프로그램과 같은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관계 부족 현상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어 큰 문제”라며 “일본 남성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성관계를 할 만한 에너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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