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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 5월 이후 5조 순매도­…"등돌린 개인 붙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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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 돈은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이나 공모주.MMF 등 주식 투자에 비해 안정적이고,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들어가고 있다. 외국인들이 지난 5월 이후 10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개인들은 같은 기간 5조7천여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이달에만 벌써 1조원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원금을 보장해 주는 ELS에는 6개월 동안 3조원이 몰렸다.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에도 이달에만 1조1천억원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증권.투신사 사장단 등은 개인들의 부동자금을 주식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증시 외면하는 개인투자자=개인들이 이달 들어 10일까지 처분한 매물은 벌써 9천3백38억원. 종합주가지수가 21.73포인트 급등한 지난 10일에도 개인들은 3천8백20억원의 매도 공세를 펼쳤다. 지난 5월 28일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래에셋증권 김현욱 연구원은 "개인들의 매도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예탁금도 계속 줄고 있다. 주가가 바닥권이었던 지난 3월 17일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상승했지만 고객예탁금은 1조6천억원가량 되레 줄어들었다. 주가가 오르면 고객예탁금도 함께 증가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수금과 신용융자 잔고 등을 고려하면 실질 고객예탁금은 무려 6조원 넘게 감소했다"며 "외국인들이 아무리 사들여도 강하게 상승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시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형 자산에 자금 몰려=ELS나 은행에서 판매하는 후순위채권 등 안정형 자산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우증권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판매한 1천억원 규모의 ELS에는 1천5백97억원이 몰려 ELS 공모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운용사의 ELS펀드 설정액은 6개월 만에 3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이 지난주 내놓은 후순위채권도 3천억원 넘게 팔렸다. 또 2천억원 규모로 발행된 하이브리드 채권도 만기가 30년임에도 나흘 만에 1천2백73억원이나 팔렸다. 국민은행 자금팀 전유문 차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금융상품을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도 달아올라 지난 9일 마감된 디지털대성 청약에 4억9백18만주가 몰리며 역대 최고 경쟁률인 2천9백8대1을 기록했다.

◇부동산도 걸림돌=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집값을 잡으면 개인들의 유동자금이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이탈은 개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 속도가 주가 상승에 비해 더딘 데서 오는 현상"이라며 "부동산의 가격 거품이 없어지면 소비와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주가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투신사 사장단은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주식 투자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증권.투신사의 장기 상품에 투자할 경우 아파트 청약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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