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독극물 협박에 저마다 긴장

중앙일보

입력

광주 지역에서 코카콜라 독극물 투입 협박 사건이 일어나자 코카콜라는 물론 다른 식품업계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독극물이 든 제품을 마시고 중태에 빠진 피해자까지 생기면서 회사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이 이는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비책입니다. 음료업계뿐 아니라 식품.외식업체 인사들은 "솔직히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선 비용 문제입니다. 협박이 들어올 때마다 제품을 리콜하고 일일이 대응하기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거지요.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11, 12일 이틀간 직원 300여 명과 트럭 100여 대를 동원해 광주와 전남 지역의 도.소매점 6000여 곳의 자사 제품 6만 상자를 수거했습니다. 이 제품들을 일단 광주 공장에 모았다가 독극물 함유 여부를 하나하나 검사해 의심 가는 건 경찰에 보냅니다. 나머지는 자체 폐수처리장치를 통해 버립니다. 수거된 제품은 6억원어치 정도. 처리비용까지 따지면 코카콜라의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이런 협박이나 '이물질이 나왔다'는 식의 허위신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선 미리 가져온 벌레를 음식에 슬쩍 넣고 따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음료수 제품의 뚜껑을 교묘히 따 공업용 볼트나 담배꽁초를 넣고 당국에 고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이 늘면서 이런 일을 '업(業)'으로 삼은 사람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식품위생법 개정 때 불량식품 신고 포상금 액수가 최고 1000만원으로 오른 뒤 업체를 괴롭히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거지요. 이들이 합의금 조로 업체에 요구하는 금액도 몇십만원 수준에서 몇백만원대로 확 뛰었습니다.

"일단 인터넷에 올리겠다" "신문에 사과광고를 내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지능형 범죄'도 늘었습니다.

업계에선 상습범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 공유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모방범죄'입니다. 만두.급식 파동 같은 식품 관련 악재(惡材)가 터질 때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시민단체에는 불량식품 신고가 급증하고 덩달아 허위 신고가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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