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역 모범국 안심하다 백신 접종률 1%, 대만·베트남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방호복을 입은 대만 군인들이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산하고 있는 타이베이 완화구 거리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대만 군인들이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산하고 있는 타이베이 완화구 거리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던 대만과 베트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환자가 200명 안팎씩 쏟아지면서다. 반면에 또 다른 모범국 싱가포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대만·베트남에 비해 훨씬 높다. 결국 백신 없이 코로나19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하루 확진 10명서 200명대로 #베트남도 190명, 올 첫 사망자 나와 #접종률 33% 싱가포르는 50명 이하 #“백신 없이는 코로나 잡기에 한계”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대만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16일 기준 207명으로 누적 환자는 1682명이 됐다. 역대 최다다. 대만은 이달 초까지 10명 내외로 신규 환자를 관리해 왔다. 하지만 12일 20명을 넘더니 15일에는 185명이 나왔다. 방역 모범국 대만인들의 충격은 컸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다양한 로컬 음식을 즐기는 싱가포르 명소인 ‘호커 센터’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당국의 조처에 따라 16일 폐쇄됐다. [EPA=연합뉴스]

다양한 로컬 음식을 즐기는 싱가포르 명소인 ‘호커 센터’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당국의 조처에 따라 16일 폐쇄됐다. [EPA=연합뉴스]

이 같은 신규 환자 증가는 낮은 백신 접종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의 인구 대비 접종률은 0.78%(5월 14일 기준, 아워월드인데이터) 수준이다. 현재 1%가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만은 코로나19를 한 번 앓은 자연 면역력도 극히 저조하다. 그 때문에 봉쇄 조처를 풀면 언제든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는 환경이다. 결국 대만은 다시 인구가 밀집한 수도 타이베이 등 도시의 코로나19 경계 수준을 높였다. 실내 5인 이상, 실외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또 영화관 등 일부 다중시설도 2주간 영업을 중단시켰다.

베트남도 사정이 비슷하다. 16일 기준 신규 환자는 190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환자는 4170명이 됐다. 베트남은 올 1~2월 대유행 위기를 겪었다. 이후 방역 상황을 상당히 안정시켰다. 하지만 이달 들어 환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첫 사망자도 나왔다. 최근 베트남 북부 바짱주의 꽝차우 산업단지에서 집단감염이 터졌다. 이후 환자가 늘고 있다. 이번 확산세가 집단감염 여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이미 지역사회에 퍼진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의 백신 접종률은 0.9%(5월 11일 기준) 정도다. 대만처럼 자연 면역률도 낮다.

베트남 방역 관계자들이 지난 6일 하노이의 국립열대병전문병원 외부에서 살수차를 타고 다니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소독약 살포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트남 방역 관계자들이 지난 6일 하노이의 국립열대병전문병원 외부에서 살수차를 타고 다니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소독약 살포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없이 바이러스로부터 지역사회를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루 50명 밑으로 신규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접종률은 32.5%(5월 13일 기준)다. 대만·베트남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거리두기 강도를 올렸다. 언제든 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앞으로 한 달간 2인을 초과한 사적 모임을 할 수 없다. 식당에서는 포장만 허용한다고 한다. 민간기업도 재택근무가 기본이다. 최근 3주간 대만을 다녀온 단기 체류자의 입국도 금지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들 해외 사례와 관련해 17일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각국의 방역 상황을 면밀히 봐야 하겠지만 강력했던 봉쇄조치를 완화한 데다 해외 유입 환자를 아예 막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미국·영국도 백신 접종률 30%대 때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환자가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윤 반장은 이어 “한국은 6월 말까지 인구의 25% 정도가 백신을 맞게 된다”며 “외국의 경험에 비춰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7월부터) 적합한 거리두기 개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