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도입되는 노인수발보험 노인병 환자 가정 근심 덜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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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중풍에 걸린 강모(70)씨는 요즘 가족들 얼굴을 보기가 미안하다. 강씨를 돌봐줘야 하는 가족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는 병시중 때문에 지병인 당뇨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유료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으나 입소를 망설이고 있다. 있을 만한 곳은 비용이 월 120만~160만원 정도나 됐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으면 월 200만원을 훌쩍 넘는 곳도 많았다. 두 자녀가 매달 주는 용돈(월 80만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강씨 부부로선 큰 부담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시설은 기초생활수급자만 갈 수 있어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강씨 같은 노인들을 위해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노인수발보험제를 도입한다. 노인수발보험은 노인복지의 대상을 저소득층 위주에서 중산층까지 넓혔다는 특징이 있다.

◆ 노인수발보험 도입=수발보험은 원칙적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4세 이하라도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은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는 건강보험공단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건보공단은 신청자를 직접 방문해 질병 상태를 조사하고, 의사 소견서를 받아 수발대상자를 선정한다. 심사 결과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 혜택을 준다.

수발대상자는 상황에 따라 ▶시설 수발▶재가(在家)수발▶특별현금급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설 수발은 중증 질환의 노인을 노인의료복지시설(노인요양병원 제외)에 장기간 입소시키는 것이다. 유료 복지시설의 경우 현재 월 비용이 70만~250만원 정도 되지만 수발보험을 적용하면 식비를 포함해 월 30만~40만원 정도로 낮아진다.

재가수발은 노인들의 가정에 수발요원을 파견해 ▶일상생활과 가사활동 보조▶목욕 수발▶간호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수발대상자는 재가수발 서비스 비용으로 월 12만~16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 특별현금급여는▶가족수발비▶특례수발비▶요양병원 수발비로 나눠진다. 가족수발비는 수급 대상 노인을 돌보는 가족에게 지급한다. 특례수발비는 수급자가 수발기관이 아닌 노인요양시설에서 수발 받을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요양병원 수발비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 수발비용의 일부를 지급한다. 노인수발보험료는 건강보험료와 통합해 걷는다. 수발보험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무료검진 받으려면=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들은 치매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나 건강보험 가입자 중 하위 20%에 포함돼야 한다. 인근 보건소에 신청하면 검진대상자격을 확인한 뒤 언제 어디서 검진받으라는 안내문을 발송해준다.

대상자는 1차 단계로 보건소에서 정신상태와 기억력 테스트를 한다. 여기서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은 지역 거점병원에서 치매신경인지검사와 노인우울척도검사 등 정밀검진을 받는다. 이어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다. 검진료는 전부 무료지만 본인이 뇌영상촬영이나 혈액.유전자 검사를 원하면 건강보험에서 정한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치매로 판정되면 거점병원에서 추적 관리를 해주고, 요양시설 입소를 의뢰해준다. 올해는 2만 명 정도가 무료 치매검진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안과질환 검진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백내장.망막증 등 수술이 필요한 경우엔 수술비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1600명 정도가 개안수술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수술받는 노인들에겐 개안수술비 총액 중 본인부담금 전액이 지원된다. 수술비 지원액은 백내장은 약 40만원, 망막질환은 약 100만원 정도다.

KT에서 6월부터 시범서비스를 하는 U헬스 홈서비스는 노인들이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집에서 혈당이나 혈압 등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미래형 서비스다.

기존 혈당.혈압환자들은 측정한 자신의 데이터를 일일이 관리해야 했다. 이 서비스는 개인의 데이터를 자동 저장.분석해 개인별 측정결과는 물론 운동계획, 식단 등 '맞춤정보'를 제공한다.

현재는 신촌 세브란스, 한양대병원, 인천 길병원, 인천 중앙병원 등에서 통원치료 중인 환자 200명에 시범 도입한 상태지만 11월부터 본격 상용화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등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은 전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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