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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37)미강

중앙일보

입력

쌀은 삼국시대부터 한민족의 주식의 하나로 재배되기 시작하여 현재 한국의 식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쌀이라고 할 때는 주로 벼를 도정한 흰쌀, 즉 백미를 뜻한다.

벼를 탈곡하여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것을 현미라고 하고, 현미를 도정하여 속껍질을 벗겨낸 것을 백미라고 하는데, 미강이란 현미에서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쌀눈과 쌀겨로 이루어진 속껍질 가루를 말하며 현미의 약 8%나 차지한다.

현미의 거친 성질을 나타내는 미강은 도정과정 중 부산물로서 연간 약 40만t이나 생산되지만 밥의 식감을 떨어뜨리고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소량만이 미강유나 사료 제조 등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되고 있다.

근래 많은 연구에서 도정과정에서 버려지는 미강의 영양소 및 유효성분 등에 대한 효능이 규명되고 산업적인 이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생각되어 미강에 대한 재고찰이 이루어 지고 있다.

미강은 지방, 단백질, 식이섬유가 영양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비타민A와 티아민, 피리독신, 니아신 등의 비타민 B군 및 칼슘, 아연, 철분 등의 미네랄이 주성분을 이루고 있다.

미강 중에는 곡류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구성 지방산의 70% 이상이 올레인산, 리놀레산,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영양적인 가치가 뛰어나다.

특히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은 각각 오메가-6 및 오메가-3계의 다가불포화지방산(PUFA)으로 체내에서 합성이 안되는 필수지방산에 속하여 영양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된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다가불포화지방산의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상승 하는 것을 억제하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여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DHA(도코사헥사엔산) EPA(에이코사펜타엔산)와 함께 대표적인 오메가-3 지방산의 하나인 리놀렌산은 고지방식으로 인한 면역력의 저하를 막아주고, 유선암의 증식에 억제효과를 보인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밝혀져 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강을 미강유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오리자놀, 토코페롤, 레시틴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부산물로서 발생된다.

이중 오리자놀은 페룰산과 스테롤류와 알코올류가 결합된 화합물로 갱년기 장애및 자율신경 실조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토코페롤, 레시틴과 함께 항산화 활성이 높아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어 암의 발생을 줄여줄 수 있다.

미강에 9.5~14.5%로 다량 함유되어 있는 피틴산은 암세포의 이상 증식을 억제시켜 항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미셀루로스 등의 식이섬유와 함께 미강의 다당성분인 아라비녹실란은 아라비노스와 자일로스로 구성된 복합 다당체로 항알레르기, 면역활성 및 항암에 관련된 생리활성 물질인데 최근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아라비녹실란은 대식세포, 자연살해세포와 TNF-a 등 암의 제거에 관련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의 발생을 억제시키고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며 면역세포 활성화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히스타민의 생성을 억제시켜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도 발표되고 있다.

이밖에도 미강중에는 혈압상승 촉진과 관련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의 활성을 저해하는 단백질이 포함되어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미강 단백질로부터 분리한 효소저해물질(ACE inhibitor)을 고혈압 쥐에게 섭취시킨 결과 혈압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효과가 관찰됐다.

이로 미루어 미강추출물의 섭취는 고혈압의 치료 및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강은 이와 같이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갖고 있어 암 뿐 아니라 여러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효과가 기대되며, 특히 도정과정 중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산업적인 이용가치가 높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강추출물을 식품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 미강을 이용한 다양한 기능성 식품이 개발되어 암의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성주 = 생명과학연구원 원장, 사랑의 클리닉 원장)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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