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급식사고 왜 발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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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관리ㆍ감독 허술…원인규명ㆍ처벌도 부실 서울, 인천, 경기지역 중.고교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급식사고 발생한 것은 위생 관리 및 감독 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육당국은 일단 급식업체인 CJ푸드시스템으로부터 서울, 인천지역에 급식을 받는 47개 학교에 대해 긴급 급식중지 명령을 내린데 이어 인천지역 10개 학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긴급 역학조사에 착수한 보건당국은 급식사고가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 증세가 식중독으로 판명되면 급식업체에 영업허가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어서 이번 사건은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J푸드시스템이 전국 72개 학교에 급식하고 있고 서울, 인천 외에 이 업체로부터 급식을 받는 경기 용인의 한 고교에서도 급식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고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현 급식체계가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위탁급식학교서 빈발하는 급식사고 = 일반적으로 급식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위탁급식 학교가 식중독 발생률이 학교측이 영양사 및 조리사를 두고 직접 급식을 관장하는 직영급식 학교보다 높다는 게 교육계의 정설이다.

이번에 서울과 인천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 급식사고도 모두 위탁급식 학교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집계결과 2004년부터 2005년 7월말까지 학교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모두 68건으로 7천6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직영급식 학교에서 49건에 5천608명, 위탁급식 학교에서 19건 2천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전체 학교의 급식 현황을 보면 직영급식 학교가 8천793개교로 위탁급식 학교(1천793개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실제 식중독 발생률은 위탁급식 학교가 높 은 것으로 분석된다.

식중독 발생 이후 위탁급식을 하는 9개교가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으며 직영급 식으로 바꾼 경우도 많았다.

◇ 급식사고 왜 발생하나 = 현행 학교급식의 문제점은 ▲ 음식재료 생산.유통단계 안전성 확보 미흡 ▲ 학교단위 기본 위생관리 소홀 ▲ 급식시설의 위생적 측면 고려 미흡 ▲ 위탁급식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등 구조적 미비점으로 요약된다.

음식재료는 수입품이 국산으로, 또 값싼 음식재료가 유명회사 제품으로 둔갑하 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대규모 위탁급식 업체에는 위생지도.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등 불량 식재료 유통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또 단위학교의 기본 위생관리에서는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과 '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학교급식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급식시설의 위생적 측면을 충실하게 고려하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과 설비만 갖추는 경향이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 학교들이 위탁급식 업체에 음식재료 구입, 검수, 조리 등 모든 급식작업을 아예 전담토록 하고 지도.감독을 소홀히 하는 점과 일부 위탁업체가 영리 추구에 집착해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 원인규명, 관련업체 처벌도 '부실' = '위생 후진국'이란 오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집단 급식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사고원인 규명이나 관련업체 처벌은 말그대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식중독 원인균 규명이나 오염경로를 밝히는데 실패하면서 대책 마련에도 어려움 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사 식중독 발병이 되풀이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감독기관의 지도.단속이나 행정처분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학교급식은 해당 학교와 위탁급식 업체간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가 아닌 이상 해당학교는 계약 해지 외에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또 업소 단속은 교육청이나 식품의약안전청이 맡지만 영업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은 관할 구청이 맡는 탓에 처분 결과에 대한 정보공유나 사후 감독이 힘 든 것은 물론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관할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민선 단체장들이 주민의 눈치를 보느라 지역 내 고용비중 등이 큰 업체에 대해서는 '봐주기'식의 경미한 처벌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더구나 허가취소나 영업정지를 받은 급식업체가 수개월 후 영업을 재개하는가 하면 관할당국이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전환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사안이라 해도 일률적인 법 적용이 안되고 있다"며 "일부 지방에서는 식품위생 담당 공무원이 턱없이 모자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현행 학교급식 관리체계는 현재 너무나 허술하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강력하고 체계적인 단속시스템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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