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없는 피로…두통… 중금속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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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난 지 한참인데 여전히 춘곤증을 앓듯 피곤하고 졸리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몸은 천근만근이고, 전신이 무기력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렇듯 이유 없이 몸이 처지고 피곤하다면 일단 중금속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화학약품을 다루는 등의 특수 직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중금속에 중독될 수 있다. 공기를 비롯해 음식물, 수돗물,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접하는 대부분의 환경에는 중금속이 미세하게나마 포함돼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의 모래에서도 납.카드뮴.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검출돼 우리를 놀라게 한다.

4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몹시 피곤한데다 손발이 저려 병원을 찾았다. 기력을 보충하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양식이나 보약을 먹어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의사의 권유로 중금속을 검사해보고야 비로서 그 원인을 찾았다.

김씨의 체내에는 수은이 4.9ppm(정상 1ppm 이하)이나 쌓여 있었다. 비타민제와 아연. 셀레니움 등을 이용한 해독요법을 받은 뒤에야 증세가 호전됐다. 포르테 비뇨기과 김영찬 원장은 "인식하지 못하는 중에 중금속 중독이 될 수 있다. 중금속은 자신도 모르게 몸 속에 축적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심각하다. 특별히 병이 없는데도 무기력해져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빨리 중금속 중독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중금속은 수은.알루미늄.납.카드뮴과 비소 등이다. 공업지대에서 쏟아낸 중금속은 생태계를 순환하면서 체내로 들어온다. 인체에 일단 들어오면 잘 빠져 나가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쌓인다. 이렇게 축적된 중금속은 인체 기능을 조절하는 각종 호르몬이나 효소 등 단백질을 파괴한다. 중금속 중독이 되면 신체 기능이 저하돼 이유 없이 피곤하고 두통이나 원인 모를 통증이 동반된다. 심하면 DNA변형도 일어나 암이 발병하기 쉬워진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연세효가정의원 황민철 박사는 "어린이의 경우 중금속에 중독되면 성장이 잘 안되고 폭력적으로 변해 거친 행동이나 욕설을 하고 떼를 심하게 쓰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 어린이가 과행동을 보인다면 일단 중금속 중독을 의심해보고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성인은 40대, 어린이는 유치원 연령대에 중금독 중독 검사를 하라는 것이다.

인체 내의 중금속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소변검사.혈액검사.조직검사 등이 있으나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머리카락을 이용한 모발검사다. 머리카락은 체내 미네랄 상태나 유해 중금속 축적 상태를 혈액이나 소변에 비해 정확히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사방법이 쉬워 부담이 적다.

이미 축적된 중금속을 제거하는 것은 인체의 기능을 원활히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황 박사의 해독프로그램은 장.간.혈액의 3부분으로 나눠 이루어진다. 치료기간은 1달로, 1주일에 2번씩 방문해 치료 받으면 된다. 장의 경우 먼저 쌓여있는 숙변을 제거하고 유산균과 식이 섬유소를 공급해 장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간해독은 간에 좋은 녹차와 주스를 섭취하도록 환자의 식습관을 조절해주고 시리마린 등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비타민C와 마그네슘 등의 약물을 투여해 체내 중금속이 소변으로 배출시켜주는 혈액해독 과정이 마지막이다.

치료가 끝났다고 방치하면 다시 중독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중금속 중독을 막을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는 먹고 마시는 습관에 관한 것이다. 수돗물은 그냥 마시지 말고 꼭 끓여 마시돼 물을 끓일 때 옥수수나 결명자 등을 넣어 미네랄이 풍부한 해조류와 마늘.양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배출기능과 혈액순환을 좋게 만들기 위한 운동도 필수다. 1주일에 3~4회 이상, 한번에 최소한 30분 이상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도 효과적이다. 술과 담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담배는 4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발암을 유발하는데 체내에서 중금속과 결합하면 위암 발병을 더욱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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