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약 종류 크게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단순히 '항암제'로만 알려졌던 암 치료약의 종류가 앞으로 크게 늘어나고 그 기능도 세분화될 전망이다.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낸 암 치료제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등장하는데다가 암 치료제 시장이 커졌다는 점을 인식한 대기업들도 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미국 의약품연구개발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178개 제약사에서 개발한 400여종의 암 치료제들에 대해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신약과 비교했을 때 2배, 심장마비나 뇌졸중 신약에 비해서는 3배 더 많은 수치다.

대형 제약사들도 새 암 치료약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 임상 종양학 학회에서 제약사 와이어스는 새 신장암 치료제가 중증 환자의 수명을 3개월 이상 연장시켰다고 보고했고 화이자도 이미 시판되고 있는 자사 신장암 신약에 관한 새 자료를 발표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지난 3일 자사의 새 유방암 치료제를 다른 회사의 약과 병행 투여했을 때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냈다고 밝히며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암 환자들로서도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신약들이 나쁠 리 없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제약회사들의 경쟁을 통해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매년 10만달러(약 9천500만원)에 이를 수도 있는 약값 역시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약을 함께 사용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메릴린치 투자은행은 현재 250억달러 정도인 암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10년에는 2배인 5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약이 나온다고 해도 암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증상을 통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항암제 성격의 의약품 중 가장 성과가 널리 알려진 '글리벡'의 복용을 중단하면 백혈병이 재발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제약사마다 너도나도 암 치료제를 만들어내면 효과는 비슷하지만 수백가지가 너믄 약들이 의사들에게 골칫거리를 안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임상 종양학 학회에 참석한 한 의대 교수는 "나중에 모든 약들의 이름을 작은 종이에 적어서 갖고 다녀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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