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나이프는 뇌수술의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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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은 뇌를 보호하는 단단한 요새. 하지만 뇌에 종양과 같은 병이 생기면 이 견고함이 오히려 수술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개발된 것이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뇌의 병변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다. 이 첨단장비는 199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뒤 현재 전체 뇌수술의 20% 가까이를 대체할 정도로 빠르게 응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1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선 국제감마나이프학회가 열리고 있다. 53명의 세계 석학과 30여 개국 600여 명의 전문의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대회다. 이 대회 조직위원장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동규(52.사진) 교수에게 감마나이프의 원리와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 들었다.

-감마나이프는 어떤 장비인가.

"방사선으로 조직을 괴사시키는 장비다. 환자에게 201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헬멧을 씌우고 강한 감마선을 쏜다. 햇빛을 돋보기로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방사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 뇌의 다른 부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해당 병소만을 치료한다. 출혈이나 감염.마취에 의한 합병증 우려가 없고, 시술도 한두 시간이면 돼 뇌수술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이 대상인가.

"전이성 뇌암, 청신경종, 뇌동정맥 기형, 수막종 등에 효과가 높다. 과거엔 전이성 뇌암의 경우 언어, 또는 행동장애가 와도 두개골을 열 수 없어 삶을 일찍 포기해야 했다. 혈관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뇌동정맥 기형도 50~90% 성공률을 보인다. 최근엔 망막흑색종이라고 하는 수술이 까다로운 종양이나 얼굴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3차 신경통, 간질 수술 등으로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450례의 뇌수술 중 100례 정도를 감마나이프로 치료했다."

-시술에 한계도 있나.

"수술칼로 원인 부위를 제거하면 증상이 곧 사라진다. 하지만 감마나이프 시술은 조직이 괴사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치료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병소가 크면 대상이 아니다. 3~4㎝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처음부터 뇌에 생긴 암은 아직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모든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나.

"현재 국내 10개 대학병원에 장비가 설치돼 있다. 다행히 2004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부담도 많이 줄었다. 하루 전 입원하고 수술받은 뒤 당일 퇴원인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300만원 전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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