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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고 초등학생 폐활량 제주 어린이보다 10% ↓

중앙일보

입력

황사 진원지인 중국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해마다 봄이면 이곳은 황사(黃砂) 천지가 된다. 시도 때도 없는 모래 바람에 몇 백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건강이 괜찮을까. 한국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 베이징대 공공위생학원, 네이멍구 과기대학 연구진이 사상 처음으로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3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두 나라 연구팀은 네이멍구의 공업도시 바오터우(包頭)에 있는 강철대가(大街) 제3소학교의 3학년생 126명의 폐활량을 알아봤다. 비교를 위해 공기가 맑은 북제주군 고산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 121명도 조사했다. 결과는 24일 공개됐다.

우선 미세먼지(황사)의 농도가 증가하면 어린이들이 정상으로 호흡할 때 공기를 내뱉는 양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1분당 어린이가 공기를 내뱉은 양이 0.011ℓ씩 줄었다. 미세먼지가 200㎍ 증가하면 1분에 내뱉는 공기 양이 음료수 캔 하나 부피(220㎖)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초(超)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내뱉는 양은 0.034ℓ씩 줄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1000분의 1㎜) 이하다. 작은 입자가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를 덮치는 황사 중에는 평균 20~30% 정도가 초미세먼지다.

제주도와 네이멍구 어린이들을 비교하니 최대로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양(노력성 폐활량)도 차이를 보였다.

네이멍구 소학교 어린이는 평균 1.9ℓ였다. 제주도 어린이는 평균 2.1ℓ로 10% 정도 양이 많았다. 키에 따른 '표준폐활량'을 100이라 하면 한국 어린이가 100.3, 네이멍구 어린이는 92.9였다.

강북삼성병원 서병성(산업의학) 교수는 "황사의 미세먼지가 폐에 들어가 산소 교환장치인 폐포(허파꽈리)에 달라붙고 그 결과 폐활량이 적어질 수 있다"면서 "아이들의 폐는 성숙하지 못해 허파꽈리의 숫자나 기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고 황사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 대해 보다 광범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측에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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